사설-남북 '또 합의'-실천이 문제다

입력 2002-09-09 14:59:00

이번 남북적십자 총재회담은 두가지 커다란 성과를 이루었다. 남측이 그토록 요구했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와 함께 6.25당시 행방불명자의 생사확인 작업에 합의한 것은 남북교류에 있어 큰 물줄기의 하나를 잡아낸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실천'이다. '문서상 합의'는 우리 국민들이 질리도록 보아온 것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실천의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큰 인심을 쓴것 처럼 보이지만 기실 면회소 설치는 지난번 남북경협위의 '쌀 회담' 이후 예견됐던 일이다. 오히려, 줄 테면 화끈하게 줄 일이지 맛만 보이고 호주머니에 되레 집어넣는, 감질나게 하는 북측의 회담행태가 안타깝다.

북측은 금강산 면회소 설치에는 합의해 주면서 면회소 건설전 '계속 면회'를 거절했고 도라산 면회소의 설치에도 '협의한다'는 식으로 꽁무니를 뺐다. 결국 장기전으로 끌고가면서 남측으로부터 '알맹이'를 착실하게 빼먹겠다는, 우리로서는 속타지만 그들로서는 착실한 협상전략이다.

면회소 설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서신교환인데'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의 확대'부분에서도 '확대'란 두 글자는 합의에서 빼버려 실천만리(實踐萬里)의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70세이상의 실향민이 24만명이나 되고, 상봉신청 고령자가 이미 1만명 넘게 사망했으며, 상봉의 한을 푼 이산가족들이 만남이후의 무소식에 오히려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서신교환은 더없이 목마른 것인데도 북측은 뒤로 밀어내 버렸다.

우리가 이같은 문제들을 꼬집는 것은 어제 회담에서 합의된 부분과 미뤄진 부분들이 오는 10월의 실무회담에서는 반드시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특기할 사항은 6.25 행불자의 생사확인 작업에 대한 합의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라면서 북측이 제안한 것이긴 하나,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0년 9월3일 집권2기 국정방향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천명한지 만2년만의 첫 반응이다.

이 역시 경제지원을 담보로 한 북측의 '또 하나의 미끼'인 셈이지만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없다고 부인해 온 북한의 전향적 자세라는 점에서 우리는 환영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합쳐 당국은 2만6천명으로 추산하고, 납북인사 가족협의회는 무려 9만4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6.25행불자 가족들의 50년 한(恨)을 '경제적으로' 푸느냐 '인도주의적으로' 푸느냐하는 것 또한 북한당국의 의지일터이다. 또 하나의 '지루한 기다림'의 시작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