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 김중수(34.경장)씨는 6일 오후 한달음에 고향으로 달려갔다. 태풍 '루사'로 마을전체가 초토화된 김천시 지례면도곡2리가 그의 고향마을이다. 수해가 난지 벌써 1주일. 고향에 홀로 있는 어머니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휴가를 내기도 어려워 냉가슴만 앓았던 김씨에게는 지난 1주일이 10년 같았다.
"고향집에 들어서자 눈물이 절로 콸콸 쏟아졌습니다. 집은 물에 잠겨 가재도구는 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아버지 묘소는 흔적도 없이 쓸려갔습니다. 논밭이 물에 잠겨 한 해 농사를 망친 것은 피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가 그 물난리 내내 혼자 계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김씨는 6일과 7일 이틀동안 꼬박 50여㎞를 걸었다. 사라진 아버지의 묘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환갑도 못지내고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면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묘소를 어서 찾아야 하는데 한마디로 미치겠습니다. 고된 형사기동대 생활 등 11년간 경찰에 있었지만 이보다 더 고통스런 경험은 없었습니다. 경찰관이 됐다며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아버지 무덤을 떠내려보낸 이런 못난 자식이 자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사라진 묘소는 모두 7기. 전체 주민을 합쳐봐야 고작 30여명 정도되는 작은 마을의 산소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엄청난 피해를 입은 이 마을 사람들 상당수는 마을을 떠나려 하고 있다.
물난리가 또 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마을 뒷산이 무너져 동네를 완전히 뒤덮었습니다. 지붕만 보입니다. 저도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는 피해가 이정도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왜 빨리 오지 못했는가 후회가 듭니다. 중장비가 못들어오니 마을에 들어찬 흙도 퍼내지 못합니다".김씨는 그래도 고향을 잊지 못해 먼 길을 달려오는 출향 주민들을 보면 힘이 다시 솟는다고 했다.
"좋든 싫든 내 고향 아닙니까. 젊은 사람 10여명이 달려와서 고향을 다시 일으키자고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전기가 안들어와 밥도제대로 못해먹지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일합니다. 힘내서 고향마을을 살려야죠". 김씨는 특별휴가가 끝난뒤에도 주말이나휴일에 짬을 내 겨울전까지는 묘소도 찾고 집도 원상태로 만들어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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