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문예연감' 추려보기-(6)영화

입력 2002-09-07 14:13:00

"2001년 한국영화계는 위기를 넘어 전례없는 양적 성장을 이룬 한 해였다".최근 출간된 '문예연감 2002' 가운데 지난해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는 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가 실은 이 글은 영화 '친구'가 한국영화계의 우려를 불식시킨 일, 한국영화계를 강타한 '조폭영화'에 대한 사회적 분석, 한국영화 점유율 40% 돌파 등 '사건'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대형연기자를 쓰고도 멜로대박이 터지지 않았고,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가 줄줄이 참패한 우울한 시기에 '친구'는 봄비와도 같은 기적이었다.

'친구'의 흥행요인은 우선 '복고'로 요약되는 사회분위기. 당시 엽기, 과장과 더불어 조폭.노스탤지어 등 사회적.대중적 코드가 만연했는데, '친구'는 이것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또 친구흥행에는 앞서 개봉하기로 돼 있던 '한니발'의 개봉이 미뤄져 호재로 작용한 것은 알려지지 않은 비화라는 것.

일찌감치 한석규, 송강호, 정우성, 최민식 등 많은 남자배우들이 '조폭출신'이었는데 왜 유독 2001년에만 '친구'를 따르는 조폭영화들이 관객의 열광을 받았을까?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IMF이후 고단한 일상사, 불황.불안 분위기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대중관객의 정서를 정확히 간파한 엽기와 조폭은 주류사회를 조롱하는 대리만족 및 쾌락을 부여했다"는 것.

그러나 전찬일씨는 조폭영화 자체의 '혼성적인 흡인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 액션물, 멜로물 순이었는데, 이 모든 것을 골고루 갖춘 조폭영화는 하나의 매력적인 장르"라는 결론이다. 게다가 "조폭두목이 여자이고, 학교로 가고 절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신선할 것인가"고 말이다.

지난해 한국영화가 46.1%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친구'의 대성공과 뒤 이은 조폭영화 열풍 덕분이었다. 46.1%가 놀라운 것은 지난해 최대 흥행예상작이었던 '무사'와 '화산고'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음에도 그처럼 높은 기록을 일궈냈기 때문.

이는 순수 관객수의 창출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서울기준 3천526만7천명으로 전년해 비해 28.4%의 관객이 더 영화관을 찾은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8천만명을 넘어섰으며, 관람횟수도 1인당 1.4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화려한 부흥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쿼터의 폐지.존치의 고민이나 생존권 조차 위협받는 상당수 영화스태프들의 처참한 경제여건 등 그늘이 있음을 이 분석은 지적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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