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절반넘고 연락까지 두절

입력 2002-09-06 15:22:00

"정상수업이 이뤄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학교가 쑥대밭이 된 것도 큰 일이지만 학생들의 교과서와 교복이 없고 눈병까지 나도니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걱정입니다".김천시 지례면 지례중·김천상고(교장 최태술).

이 학교 역시 태풍 '루사'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학교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 3천여t이 학교를 덮쳤다.갑작스런 산사태로 급식소, 기술실 등 6개 교실이 교재와 함께 흙 투성이로 변했고 유리창도 대부분 깨졌다.

운동장은 토사 수천t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골재 채취장처럼 됐다.그러나 학교측은 학교 피해보다 대부분 학생의 집이 수해를 입어 정상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교통·통신두절 등으로 상당수 마을이 고립돼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의 연락이 끊긴 것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5일에는 등교 학생이 전체의 45%인 87명만 등교했다.등교한 학생들도 교과서를 잃어버려 빈손으로 왔고 교복이 없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한 교사는 "연락이 끊긴 학생들이 어떤 형편인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며 "너무 엄청난 일이 닥쳐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두렵다"고 했다.

수해로 집이 완전 침수돼 동생과 함께 김천시내 친척집에서 다닌다는 김영미(중3)양은 "교과서를 모두 잃어버려 입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발을 굴렀다.

수해를 입었지만 김양은 그나마 가족이 있고 친척이 시내에 살고 있어 형편이 괜찮은 편.소녀가장인 최모(중2년)양은 수해 이후 문밖을 나오지 않는다고 최양의 할머니(70)가 걱정했다.

"손녀와 단 둘이 사는데 피땀흘려 지은 벼농사와 고추농사가 흙더미에 묻힌 뒤로는 말을 하지 않고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는 것.

구성면에 있는 전교생 31명의 지례중학교 구성분교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정명희 구성분교장 교사는 "마을 전체가 침수돼 학생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을 것 같다"며 "학생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최태술 지례중·김천상고 교장은 "전교생 대부분이 수해를 입어 피부병 등 수인성 전염병이 크게 번질까 걱정된다"며 "학교수업의 정상화를 위해 교과서 재교부 등 교육 기자재의 지원과 함께 만신창이가 된 학교 시설물 복구에도 교육당국의 발빠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 무상 지급에 대해 국정교과서측과 협의중에 있으며 교구, 컴퓨터 등도 교육청 예산에서 긴급 지원해 학교 교육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중"이라고 했다.

김천·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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