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손길을-애타는 북부

입력 2002-09-06 15:54:00

경북 북부지역 각 시·군은 지난 8월의 집중 호우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기 전에 또다시 태풍으로 적잖은 피해를 입었지만 김천 등 더 극심한 수해지역때문에 관심권에서 밀려나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등 피해 주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과수원과 논 등 150㏊가 침수·매몰된 경북 안동시 남후면.

태풍이 휩쓸고 간지 5일이 지났지만 피해를 입은 농작물과 경지는 진흙과 거무스름한 오물 찌꺼기를 뒤집어 쓴채 6일 오전까지도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었다.

생강과 고추밭은 뻘흙이 뒤덮혀 말라죽어가고 있고 그나마 매몰·유실되지 않은 벼는 쓰러지거나 진흙 앙금에 뒤덮여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절반 이상의 감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

그러나 누구도 매만지는 사람이 없었다. 면사무소에 인력지원을 애타게 호소하는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니었지만 메아리가 없다. 5일 남후면 전체에 투입된 복구지원 인력은 고작 46명뿐. 쓰러진 벼논 1마지기를 일으켜 세우는데 하루 6∼8명으로도 빠듯한 실정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1년예산의 절반이 넘는 520여억원의 잠정피해를 입은 영양군에는 지난 폭우때만 해도 잇따랐던 구호와 지원 발길이 거의 끊겨 5일까지 구호품과 지원손길이 없는 실정이다.

장비도 굴삭기 3대, 덤프트럭 6대의 지원뿐이며 인력은 공무원과 경찰을 제외하면 군 장병 200여명과 대구지역 여성회관 회원 100명, 영주여성단체회원 30명 등이다.

이마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원과 구호가 거의 전무, 경북 영양읍 대천리 침수피해 주민들은 급기야 5일 영양여중·고에 학생 긴급지원 요청을 해 기숙사생 20여명이 나서 가재도구 등 집안 청소일을 도우기도 했다.

100억원 넘는 피해를 본 봉화도 낙동강 인접 석포·소천면의 집중피해에도 불구, 복구 인력 지원이 군공무원과 경찰 등 1일 평균 120여명에 그치고 있다.

장비도 군의 덤프2대와 포클레인 1대, 경북도 도로사업소 포클레인 1대 뿐이어서 민간 장비 임대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130억원의 피해를 당한 안동도 마찬가지다.

시에서 5천여명의 복구 인력을 지원했지만 피해지역 8개 읍·면에 하루 겨우 100여명 정도만 배치되는 셈이다.

70여억원의 피해를 기록한 청송군은 더욱 쓸쓸해 10억원의 구호·지원 성금품이 이어졌던 지난 폭우때와는 달리 전무한 상태이다. 청송 출신의 대구·경북도청 공무원 모임인 청맥회 회원들이 5일 청송을 찾은 것이 첫 위문방문일 정도다.

안동시 남후면 계곡리 김오식(59)씨는 "논 2천여평중 절반이 매몰돼 면지원 굴삭기로 오물만 조금 치웠을뿐 쓰러진 벼는 일손이 없어 그대로 두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정말 너무 힘들지만 우리보다 더 피해를 입은 곳을 생각하면 지원호소도 못할 형편"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정경구·김진만·김경돈·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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