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입대책 이렇게-'맞춤식 공부'빈말…학교수업이 '보약'

입력 2002-09-06 14:05:00

지난달 말 발표된 '2005학년도 대입 전형 학생부 및 수능시험 반영계획'이 고교생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던져주고 있다. 7차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종전과 다르게 보일 뿐만 아니라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제각각인 듯해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 지 감조차 잡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일부 학원들이 출처와 근거가 분명치 않은 추측성 정보로 입시 자체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대표적인 것이 '맞춤식 공부'라는 전략.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다르니 그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언론 역시 계획 발표 이후 이같은 정보에 끌려다니기 바빴음에 사실이다.

하지만 입시안을 꼼꼼히 점검해본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차분하게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는 것. 핵심적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공연히 불안해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쫓아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맞춤식 공부는 없다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요강(표 참조)을 살펴보면 대개가 수능 반영에 3+1을 택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의 대부분대학들은 2+1을 택하고 있다.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빨리 결정해 그에 맞춰 대비하는 게 좋아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학년 때부터 어느 대학을 정해놓고 공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3학년이 될 때까지 실력이 얼마나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선호 학과나 대학 역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3학년 때까지 언어, 수리, 영어에 인문계는 사회과목, 자연계는 과학과목을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현행 수능시험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사회, 과학, 제2 외국어 등을 보면 선택 과목이 다양하다. 대입 요강대로라면 수험생 자신이 스스로의 적성과 취향에 따라 그 중에서 몇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선택 과목을 운영할 교사와 교실이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는 2, 3개 유형을 미리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 선택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는 8개 제2외국어(한문 포함) 중에서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는 학교 사정에 맞춰 일어, 독어, 프랑스어 중에서 선택하게 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과 선택은 고려하기 힘든 실정인 것. 7차교육과정이 도입돼 학생의 선택권은 마찬가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학생은 선택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학교의 프로그램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학생부 관리

국민공통 기본교과든 선택교과든 간에 모집시기별(수시1학기, 수시2학기, 정시)로, 과목별로 반영비율에 차이는 있지만 국어·영어·수학 교과는90% 정도의 대학이, 과학·사회 교과는 85% 안팎의 대학이, 기타 도덕, 기술·가정, 미술, 음악, 체육 등의 과목도 60∼70% 정도의 대학이 비교적균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재 고1 학생은 특정 몇 과목만 심화학습하면 된다던 발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배우는 전학년 모든 과목을 잘해 두고 학생부 성적을 최대한 좋게 관리해야 3학년 때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비교과 영역 대비

비교과 영역에서는 출결, 특별활동 등 학생부 비교과 영역과 봉사활동 내용, 추천서와 자기 소개서, 각종 경시대회 입상 경력 등이 포괄적으로반영된다. 이 부분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대필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본 요건만 갖추면 대부분 대학에서 별로 점수차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감점이 되기 때문에 봉사활동 등은 1학년 때부터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시대회는 지원 대학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면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시대회를 쫓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많은 학생들이 수시모집에서는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 한 두 번 없으면 합격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다수의 수시 합격자가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 없다. 없는 특기를 단기간에 개발하려고 애쓸 필요도, 효과도 없다.

◇더욱 중요해진 국어·영어·수학

대부분 대학들이 국·영·수 두 세 과목에 인문계는 사회, 자연계는 과학을 반영한다. 잘못 생각하면 인문계 학생은 수학, 자연계 학생은 언어를소홀히 하기 쉽다. 그렇게 해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사회, 과학 어느 한 쪽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국·영·수에서 차이를 벌려야 하므로 이들 과목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각종 외국어 시험

가능하면 1, 2학년 때 토플, 토익, 텝스, 제2 외국어 관련 시험에 지속적으로 응시해 고득점을 해 두면 특히 수시에서 유리하다. 그렇다고 영어나 어느 특정 외국어만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모든 노력을 여기에 집중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자칫하면 다른 교과를 소홀히 해 수능시험 대비를 제대로 못하기가 쉽다. 지금까지 사례로 볼 때 일반 학생이 외국어 특기자로 입학하기란 매우 어렵다.

◇논술 및 면접 대비

논술과 심층면접은 그 성격상 따로따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고액 과외나 학원 수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논술과 심층면접 가운데 기본소양 부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신문, 잡지 등을 통독하면서 시사적 흐름과 쟁점을 교과 내용과 연결지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전 작품을 꾸준하게 읽으면서 그 주제를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지어 당면한 쟁점의 대안을 찾아보는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평소 논술, 심층면접과 관련된 읽기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연계의 경우 수학과 과학에서 간단한 문제풀이 뿐만 아니라 과거 대학별 본고사와 같은 수준의 고난도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이 출제되고 있으므로 기출 문제를 꼭 풀어보고 정의와 용어에 대한 개념, 응용 문제 등을 깊이 있게 다뤄봐야 한다. 앞으로 심층면접과 논술영역은 대학별 본고사로 다양하게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학에서 논술과 심층면접의 지문을 영어로 출제하고 있고 서울대는 2003학년도부터 전 모집 단위에서 영어 지문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별력과 객관성이 높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 여러 대학들이 영어 지문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평소 영자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며 독해력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