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맛과 추억
'장길산'의 작가인 저자는 혀의 기억으로 풀어낸 현대사라는 재미있는 부제를 달았다. 그는 자신이 만나고 경험했던 맛과 추억을 통해 시대 정신과 사람간의 정(情)을 음미하는 회고적 성격이 짙다고 했다.
유년시절 평양에서 먹던 장떡,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와 만나 주석궁에서 먹던 국수 등 북한 음식체험이 흥미롭다. 남도땅을 돌며 동분서주하던 시절과 군대시절, 독일망명시절, 그리고 귀국후 감방에서 보내던 시절의 음식을 찾아 숨가쁘게 기록하고 있다.
대구의 '따로국밥'을 대구탕이라 불러 생선 대구탕과 헷갈린 에피소드도 나온다. 작가 특유의 구수하고 토속적인 표현이 더욱 재미를 준다. 디자인 하우스 펴냄, 9천원.
▨이슬람문명
9.11테러를 계기로 서점가에 불고 있는 '이슬람 열풍'에 맞춰 출간된 책이다. 그렇지만 저자 정수일은 예전 무하마드 깐수라는 아랍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실크로드 연구' 등 중동과 아시아 문명교류사로 이름높은 학자다.
저자는 "이슬람문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명의 역사와 생활양식, 사회구조 등 총체적인 좌표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면서 합일된 생활양식으로서의 이슬람 문명을 기술하고 있다.
문명사적 시각에서의 이슬람,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서구식 이름)의 생애와 위업, 이슬람의 경전 '꾸르안(코란은 서구식 이름)', 이슬람 특유의 정치관과 경제관을 컬러화보와 함께 싣고 있다. 창작과 비평사 펴냄, 1만8천원.
▨로마문화 왕국, 신라
"6세기 이전의 신라가 고대 로마문명이 직접 전해진, 동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나라였다".
저자 요시미즈 츠네오(고대사학자)는 '신라는 로마문화의 왕국'이라는 색다른 학설을 주장하면서 신라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세계 각국의 출토품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신라의 눈부신 왕관과 황금보검, 미소짓는 상감옥, 로마유리 형태와 디자인 기법, 유물의 매장지 등을 증거물로 내놓고 있다. 또 전쟁에서 사용했던 말다래 갑옷 등 무구류 등을 통해 신라와 유럽의 관계를 추적하기도 하고, 신라와 로마문화권에서 출토된 다양한 모양의 형상토기와 뿔잔 등 일상용기의 연관관계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로마문화가 신라에 유입된 경로를 추적, 이를 '유리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6세기 이전의 신라는 중국문화를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이 학설은 학계에서 소수 견해로 받아 들여지는 정도지만, 기존 학설에서 크게 벗어난 파격적 내용이 많아 흥미롭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펴냄, 1만8천500원.
▨상상력과의 전쟁
하나의 아이디어가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순간적인 발상의 전환이 한 인물의 일생을 바꾸기도 하고 문화계의 진로를 바꾼다.
문화계에서 일하는 인물들의 철학과 아이디어 산출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인 전문기고가 최을영. 이휘현씨는 "꿈과 환상을 제공하는 상상력의 자식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막대한 부를 일궈낼 수 있는 타점높은 확률을 자랑한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디즈니제국을 만든 월트 디즈니, 만화가 이현세,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 미국광고계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 영화를 만든 개그맨 심형래 등의 얘기가 나온다. 인물과 사상사 펴냄, 9천원.
▨여인 삼국지 1~3
사대기서로 꼽히는 명저 삼국지.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았을 삼국지는 전쟁소설이자 영웅소설로, 남성들이 주인공이며 여성들의 등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국 소설가 시에 메이 성이 지은 '여인 삼국지'는 기존 삼국지의 줄거리를 기초로 하되, 각 군벌 중 유명했던 인물들의 가정생활이나 혼인에 관한 일화 등을 보충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민간소설이나 관련 희곡, 정사의 내용 등을 참고로 하여 기존 삼국지를 보충하고 있다. 조조가 완성에서 장수의 숙모에게 빠지는 바람에 아들을 잃게 된 사건은 '위략'에서 취했고 관우와 조조의 딸 사이에 벌어진 애달픈 애정 일화는 강소성에서 유행하는 회극 '관공사조'에서 취하고 있다.
영웅들에게 가려져있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 삼국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북외대 정원기 겸임교수가 번역했다. 하이퍼북 펴냄. 각권 8천원.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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