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다. 인구의 46.4%가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에 살고 있고, 주민들의 일 자리와 소득의 원천이 되는 지역내 총생산의 47.2%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금 융의 수도권 집중도는 실물경제에 비해 훨씬 높다. 이를테면 산업생산과 금융 활 동의 수준을 나타내는 어음교환액의 수도권 비중은 무려 93%에 달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空洞化 위기
그런데 문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거세지는 가운데 경제력의 지역간 불균형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 모두가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 산업과 경제가 공동화(空洞化)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지난 5년 동안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도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도 권의 과밀이 지나쳐 이제는 충청권 일부에까지 밀려 내려오고 있다.
'집권(集權)'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집중(集中)'은 비효율을 낳는다는 것은 지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경제발전 모델에 있어 집권과 집중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 다. 오늘날엔 '분권 이념'과 '분산 논리'가 대부분 국가의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으 로 정착되고 있다. 수도권의 이상 비대화를 막고 빈사 상태의 지방경제를 되살리 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우량 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하고 지역의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지역 경제의 혈맥과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지역 금 융 기반이 튼튼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안된다.
왜곡된 자금흐름 부채질
안타깝게도 지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 전담은행을 비롯하여 대구지역 에 자리잡고 있던 많은 수의 종금사, 생명보험사, 투신사 등이 시장에서 퇴출되거 나 서울로 옮겨갔다. 게다가 대기업 본사와 보험, 투신, 우체국 등 제2금융권을 통한 만성적인 지역 자금의 유출은 지역 금융의 위축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금융 낙후의 주된 요인인 왜곡된 자금 흐름의 물꼬 를 바로잡음으로써 지방 중소기업과 지역 개발을 위한 가용자금의 풀(pool)을 확 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지역 돈은 지역서 흘러야
적어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의 금고업무를 비롯하여 지역 주민들의 호주 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쌓인 법원 공탁금과 보관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와 국 민연금 등과 같은 지역 공공자금만이라도 지역은행을 통해 지역발전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지역 정보에 밝고 지역 발전에의 기여도가 높은 지역 은행을 통해 지 역 중소기업들이 싼 자금을 때맞춰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여 돈줄을 푸는 데 몸을 사리는 전국형 금융기관과는 달리 지역은행은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과감한 금융지원을 통해 지역 경 제에 숨통을 트는 역할을 했음은 지난 외환위기 극복 과정이 잘 말해주고 있다. 지역 공공자금을 지역은행 창구를 통해 지역경제의 텃밭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노 력은 바로 지역경제와 지역은행의 상생(相生)의 길이기도 하다.
그 동안 지역민들의 성원과 합의를 바탕으로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지방 의회, 시 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애쓴 결과 부분적으로 결실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청 과 법원 금고 업무를 비롯한 일부 공공자금의 지역은행 예치문제는 해당 기관들의 원칙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지역 금 융 활성화를 통한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정책 목표의 실현을 위한 중앙 정 책당국과 관련 기관의 대승적(大乘的) 결단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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