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1년-(4)달라진 美 생활상

입력 2002-09-05 00:00:00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용의자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며 국토안보부를 창설하고, 국경통제를 강화했다. 또 수도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 대낮 총격사고가 발생한 LA 국제공항은 앞으로 1천500만달러를 투입해 내년 초까지 내외곽 감시카메라 1천200대를 증설해 야간투시도 가능하도록 했다. 사회 보안체제는 이처럼 강화됐다. 이와 함께 주 방위군과 예비군의 복무기간도 늘어났다.

9.11테러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은 바꿔 놓았다. 지난 5월 버지니아주의 고교생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여론조사에서 3분의 2가 넘는 10대들이 테러 이후 가족과 더욱 친밀한 감정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10대들은 또 테러 이후 경제난이 닥치자,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종사를 위한 대학전공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조사대상의 20%는 9.11테러가 인생에 '가장 충격적이고 중대한 사건'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인의 정서는 어느 때보다 쇠약해져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신문과 방송의 9.11테러 보도에 대해 진저리를 치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많은 이들이 WTC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만 지면이나 전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후군과 TV 테러 보도 사이에 상관관계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이를 뒷받침한다. 홀리 엑스타인(44.여.캘리포니아주 토랜스) 씨는 "9.11 테러의 끔직한 장면은 정말 지겹다"며 "잊고 정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두렵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 제이슨 이시바시(43.레이크우드) 씨는 "테러는 기억될 뿐이지 대부분 미국인의 정신세계를 더이상 지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그룹은 틈만 나면 '아직도 전시태세'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24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더위에도 발디딜 틈 없을 만큼 가족 단위 나들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뉴욕 월스트리트나 브로드웨이는 모두 테러 이전과 같은 활기로 가득차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미국 입국비자 발급이 어려워져 외국 관광객 수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을 뿐 미국은 완전히 평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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