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가산초교 홍판식 교장, 학급.학교신문 묶은 책 펴내

입력 2002-09-04 15:57:00

"그 시절 초등학교는 어땠을까?"

정년을 앞둔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40여년간의 교사생활동안 작성해 온 학급.학교신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펴냈다.

경북 칠곡군 가산초교 홍판식(61)교장이 펴낸 '세월에 담은 소식들'에는 예전 초등학교 생활상이 빼뚤빼뚤한 글자체로 담겨있다.

"'경필'(쇠로 된 촉)로 '끌판'(쇠판)에 글을 새겨 만들었어요. 구식 등사기로 잉크를 튀기며 밤 새워 만든 신문을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는 모습은 제 교직생활에 큰 보람이었습니다".

홍교장은 61년 포항 연일초등교 5학년 담임을 맡으며 학교신문 만들기를 시작했다. 동화, 일기.편지, 독서.작문, 신문, 문예부.학생기자단 지도에 관심을 쏟아온 그가 "아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주기위해서"였다.

'세월에 담은 소식들'에는 홍교장이 대구.경북 16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발간했던 학급.학년.학교신문(교보)이 600여페이지 달한다. 서클회보와 동료교사들의 신문, 어린이 신문기자들의 기사도 있다.

이 책은 특히 60~70년대 초등학교 교육방침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어 '학교사료(史料)'로도 손색이 없다.

61년 포항 연일초교 재직시 만든 학급신문 '꽃봉오리' 창간호. '교장,교감 선생님 말씀' '학교 늬우스' '웃으면 복이온다' 등의 다양한 코너가 8절지 크기에 빽빽히 실렸다. 선생님 소개란에 실린 선생님들의 취미도 '사색' '자전거 산보' '낙서질' 등으로 재미있다.

이와 함께 "군사혁명위원회는... 국민의 살림살이를 돌봐주고, 이런 과정이 성취되면 즉시 정권 이양을 약속하고 있다.('대한은 밝았다'中)"와 '실력으로 혁명과업 완수하자'등의 글은 5.16 직후 정권의 의식화 사업이 초등학교에까지 내려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26개도시 가운데 대구(67만)가 부산(116만)에 이어 2위의 인구수를 차지했다거나, "너도 나도 쥐약놓아, 남은 쥐 모두 잡자"는 표어도 지금과는 다른 60년대 모습. 80,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신문은 편집도 세련되지고, 글도 깔끔해졌지만 정겹기로는 60년대만 같지 못한 듯하다.

홍교장은 아직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의 일기와 예문, 아동작품, 편지 등 1만여평의 글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한 일 중에서 애착이 가거나, 미련이 있어 잊을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모음집을 통해 옛 제자들과 동료교사들에 추억을 전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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