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미팅 새 풍속도

입력 2002-09-04 14:17:00

지난달 말 대구의 한 결혼정보회사는 호텔 대형연회장을 빌려 미혼남녀 미팅 페스티벌을 열었다. 남녀 4쌍씩 한 조로 30여개의 테이블에앉은 정장 차림의 남녀 250여명은 진행자가 내준 주제 대화에 사뭇 열중하고 있는 표정이다.

테이블마다 주어진 시간은 7분정도. 그 짧은 로테이션 순간에도 숨가쁜 '내짝 찾기' 탐색전이 전개된다. 상대방의 번호표와 프로필을 확인하는 한편 호감도 체크용지 작성까지 끝내야 한다. 곧이어 1, 2지망을 고려한 커플매니저들의 커플 매칭, 공개 프로포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지난 주말 저녁, '만혼'에 해당하는 남녀 4쌍이 태풍 '루사'가 몰고온 장대비를 뚫고 4대4 미팅에 나섰다. 비교적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들의 스케줄은 저녁식사 이후 스크린 데이트까지. 물론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가 눈에 보이지 않게 서먹서먹함을 풀어 주고 극장표까지 예약을 마쳐 놓았다. 이날 진행을 맡은 커플매니저는 행여 상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고객이 나오더라도 이 고객의 주말을 망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각오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9월, 숱한 선남선녀들이 결혼에 도전하는 시기이다. 짝이 없는 사람은 허전한 옆구리를 채울 생각으로 마음이 덩달아 바빠진다. 매년 이맘때면 결혼정보업체의 일감도 늘어난다. '올해는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예비 신랑 신부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미팅 파티 추진에 발이 부르튼다. 요즘은 맞선도 이벤트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벤트 종류만해도 수십가지가 넘는다. 4계절 레저를 망라한 레포츠 미팅, 요리 미팅, 도자기 미팅, 영화.연극 시네마 데이트, 호텔파티, 해외여행을 포함한 여행미팅 등 계절이나 사회이슈에 맞춘 기획행사까지 다양하다.

지난 6월 초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김진수(33.회사원)씨는 "이벤트, 개인 맞선을 포함 10회쯤 참석한 끝에 만난 상대와 교제 중"이라며 "여러 사람을한자리서 만날 수 있는 이벤트 미팅이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소개받을 때 갖는 부담감이 없어 훨씬 편안하다"고 말한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 필요한 기본조건 항목은 적게 잡아도 50개가 넘는다. 직장, 연수입, 취미, 특기 등 본인 프로필에서 궁합을 보는지,맞벌이 희망 여부, 종교와 신앙 정도, 희망 상대의 성격과 외모 등 구체적으로 표현해야할 항목도 적잖다.

결혼정보회사들은 방정식을 풀듯 이들 회원들이 바라는 배우자의 수십가지 조건을 컴퓨터의 회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 파트너를 찾아 준다. 프라미스(주)의 커플매니저 박지윤씨는 "커플매니저는 회원 개개인을 상담한 후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계속 체크하고 만족스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챙겨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고 해서 모두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다가 한 눈에 반하는가 하면 왠지 좋은 예감이 들어 기대를걸면 도리질을 치는 경우도 많다.

듀오 노성진 대구지사장은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며 "어울리는 사람끼리 다리를 놓아 주면 의외로 조건을 따지기보다 사람에게이끌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전한다.

한편 소비자연맹 대구지회 양순남 부장은 "결혼상담업 관련 소비자 상담은 8월말 현재 30여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6건보다 배이상 증가했다"면서"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한 표준약관을 사용하는지 여부와 불리한 내용이 없는지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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