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 전국 강타-경북 북부 수해현장

입력 2002-09-03 15:46:00

태풍 '루사'는 안동.영양.울진 등 경북 북부지역에도 큰 피해를 안겼다.전기.통신이 끊긴 가운데 일부 지역은 식수난까지 겹쳤고 수확을 앞둔 농경지와 과수원이 황폐화됐다.

강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수해지 곳곳은 전쟁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수하계곡을 관통하는 군도 10호선 10여km는 장수포천 물길에 휩쓸려 마치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곳곳이 패이고 붕괴돼 수마(水魔)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 도로는 수하1리 괴벽교와 수하2리 천전교가 완전 붕괴되고 접속도로마저 유실됐다.특히 수련원에서 수하3리 송방마을간 4km구간 도로는 콘크리트 옹벽만 덩그러니 남은 채 도로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려 복구비만도 줄잡아 100여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주민 100여명은 끊겨버린 전기.전화, 식수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병율(62.수하2리)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지"라며 망연자실해 했다.지방도 917호선 피해도 심각, 석보면 삼의리 곳곳 구간은 산사태와 유실.붕괴로 응급복구에 필요한 장비조차 진입할 수 없을 정도이다.

입암면 방전리 농경지 침수지 곳곳에서 인력이 동원돼 응급복구에 나섰으나 피해면적이 엄청나 농민들은 아예 일손을 놓아 버렸다. 150여동의 비닐하우스와 수십ha의 밭들이 강물에 쓸려 가버린 방전리 일대는 논이 소(沼)가 되고 밭은 뻘과 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

강물에 마을전체가 침수피해를 입은 입암면 삼산리 마을앞 고추밭은 완전 뻘밭이 됐고 처참하게 쓰러진 콩.배추.고추들을 바라보는 애타는 농심을 무너뜨렸다.영양지역에는 671ha의 논과 밭이 침수피해를 입어 94ha가 유실, 203ha가 매몰돼 올가을 수확은 기대할 수 없는 폐허 천지였다.

엄재진기자

길안천이 범람, 안동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길안천변에는 냇물이 줄면서 누더기 처럼 너덜너덜 떨어져 나간 도로와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과수원, 강바닥에 내동이쳐진 농기계 등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면사무소에서는 2일 아침부터 수재민들이 몰려와 복구 인력과 장비지원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길안면 백자리에서 사과 과수원 3천평을 짓는 정동춘(45)씨는 "안동시가 지난해 과수원 인근 소하천의 정비공사를 하면서 부실한 설계로 배수관을 적정치수보다 작게 설치하고 정비도 제대로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길안면 묵계리 길안 상수도수원지 앞 국도35호선 200m가 유실된 것과 관련, 주민들은 매년 수해가 되풀이 되는 구간으로 이번에도 비껴가지 못한 것은 부실공사와 땜질 수해대책의 전형이라고 성토했다.

수해복구 지원인력 투입과 관련, 면사무소측이 시설물 복구 우선원칙을 내세워 농작물 복구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자 주민들은 수확 직전의 사과나무가 모조리 쓰러졌는데도 안중에도 없다며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박인수 길안면장은 "피해가 너무 커 봇물 민원을 달랠수도 없고 무엇부터 손을 써야할지 난감하다" 며 인력과 장비지원을 간절히 호소했다.

정경구기자

서면 수해지역은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로인 36번 국도가 수마에 갈갈이 찢기면서 고립, 3일째 단전.단수.통신불통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통신이 두절되면서 연락이 안되는 산간 오지마을들이 많아 아직까지 군청이 정확한 태풍피해액을 산출해 내지 못할 정도다.

이번 태풍으로 경북 북부지역에 변압기 17대가 부서지고 전봇대 1천39개가 부러지거나 물에 떠 내려갔는데 울진에는 서면 일대 1천여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한전측이 전력설비 긴급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도로망이 전부 끊기면서 자재 운반이 어려워 전기 공급 재개까지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고통은 이 뿐이 아니다.가스공급도 안돼 숯을 피워 겨우 밥을 짓고 있는 형편.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통은 식수난이다.

상수도 설비 시설이 완전히 파괴된 서면 삼근 1,2리와 광회리 등지의 200여가구 500여명은 3일째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도로망이 완전 유실된 탓에 소방차를 동원한 식수공급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됐다. 때문에 울진군청이 소방헬기를 동원, 2일 생수 122박스를 제공한데 이어 3일에도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진군청은 헬기로 생필품 공급에 나서는 한편 향토 50사단 울진대대와 경찰관, 의용소방대, 공무원 등 민관군을 총 동원, 도로망 우선 복구에 전력 투구를 하고 있다.

황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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