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만난 '우리들의 성'

입력 2002-09-03 14:37:00

"성교육, 연극으로 풀어봐요".

대구시 주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주관 '제4회 건전한 성가꾸기 연극제'가 지난 달 3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뜨거운 관심속에 개최됐다.

이번 연극제에는 대구시내 남·여 고등학교 5개팀이 최종 본선에 올라 경연을 펼쳤다. 대상에는 '낙태금지'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전한 동부여고(지도교사 조광수)의 '생명'이 뽑혔다.

대구제일여자정보고등학교 '우리 친구 철수와 남희'(지도교사 서성미)가 우수상에 선정됐고, 이외 영남고 '남과 다른 나', 효성여고 '사랑찾기', 경일여고 '네잎 민들레'등 작품도 무대에 올랐다.

건전한 성(性)가꾸기 연극제는 지난 99년 11월 처음 개최된 이래,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의식 함양과 성과 관련된 아름다운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공연제로 꾸준히 자리잡고 있다.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함께 토론을 통해 '희곡'을 창작, 출품하는 연극제다.

이번 연극제에는 '성전환' '동성애' '성폭행' '낙태' 등의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대상을 받은 동부여고의 '생명'은 어린 미혼모가 낙태를 고민하다 결국 이 세상에는 포기해야 할 생명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부여고는 지난해 대구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이번 성(性) 연극제 대상까지 휩쓸어 '연극명문'이 됐다. 조광수 지도교사는 "여름방학동안 학생들이 연습으로 많은 고생을 했는데, 대상뿐 아니라 생활기록부 가산점까지 받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심사를 맡은 대구 연극계 인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평. 대구시립극단 이상원 감독은 "심각한 주제였는데도 풀어가는 방식이 지루하지 않았다. 성과 관련한 고민뿐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까지 제시하고 있는 점이 놀라웠다. 성에 대한 의식도 어둡지만은 않아 퍽 고무적이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극단 예전 김태석 대표도 "어른들조차도 터부시하는 성담론을 겉으로 드러내고, 문제점을 직시한 점이 돋보인다. 성교육이란 목적을 띤'목적극'인 만큼 연기자체보다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점에서 매년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연극제를 관람한 이들을 대상으로 14일까지 연극제 관람소감문을 공모한다. 분량은 200자원고지 10매 내외. 문의 053)568-7942.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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