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지나친 애완견 부각 사람 웃음거리 만든 개 프로

입력 2002-09-03 14:41:00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나 '동물의 왕국'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 방송사마다 애완동물이 주인공인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TBC'동물농장'(일 오전 9시40분), KBS'주주클럽'(월 저녁 8시20분) 등이다. KBS'자유선언 토요대작전'(토 저녁 6시)에서는 오리까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TBC '동물농장'은 이런 흐름의 초반 주자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시간을 어떻게 끌어나갈까 싶지만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나가면서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의 적절한 활용과 재미있는 나레이션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개'에게서 '개성'을 발견해 그들 나름의 생활을 소개하는 방식은 앞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끔 애완견에 대해 쏟는 사랑이 지나친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애완견을 목욕시킨 후 목욕가운까지 입히고 각종 영양을 더한 개 전용 간식을 일상적으로 주는 것이 화면에 꼭 나와야 했을까.

MBC '목표달성!토요일'(토 저녁 6시10분) 중 'JTL의 개 두마리'란 코너도 개들이 주인공. 그룹 JTL의 애완견 '뽀뽀'(시츄)와 충청도시골 한 농가의 개 '누렁이'를 각각 바꿔 키우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누렁이는 서울 한복판에서 JTL과, 뽀뽀는 충청도 시골로 가서 생활하는 식이다.

누렁이는 서울에서 MRI를 비롯한 종합검진을 받고 전문가에게 미용을 받는다. 애완견 전용 수영장에 가 전문 코치에게 강습받아 수영을 한다. 드레스도 여러 벌이다.

시골로 간 뽀뽀는 3대가 함께 살아가는 농가에서 생활한다. 그 집에는 이미 여러 마리의 개들이 있지만 뽀뽀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할머니는 개 전용 통조림으로 밥을 주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다. 할아버지도 뽀뽀가 방안에서 함께 자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반응은 방청객들의 어처구니 없다는 식의 웃음으로 희화화된다.

단순히 개를 교환해서 키우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시골'과 '도시'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의 터전이었던 '시골'은 이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타자화된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오히려 강아지를 위한 종합검진이나 특수 검사를 일반화시키고 있다.

'개'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의 선전으로 애완견 수요가 높아지고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개'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새겼으면 한다. 개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에 소외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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