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파이프오르간

입력 2002-09-02 14:16:00

근래 대구에는 비록 그 규모와 활용도에 차이는 있으나 파이프오르간이 5대 이상 건립되어 있다. 대명성당, 계명대학교 대학교회, 부광교회, 계산성당, 인터불고호텔의 예가 그러하다. 물론 개인 소장 등의 소규모 포지티브 오르간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1924년 서울 명동성당에 한국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이래 전국적으로 현재 약 70여대에 이른다.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구가 지방 최다 파이프 오르간 보유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오르간 선율이 대구시민들에게는 왜 아직도 낯설기만 할까? 공기 바람이들어가는 수천개의 파이프를 통해 그 크기와 길이, 재료에 따라 음의 고저, 강도, 음색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이 음향을 가까이느낄 수는 없을까?

대구의 파이프오르간들은 제각기의 역할에는 충실히 운영되고 있다. 성당과 교회는 미사와 예배 등 종교의식, 대학교회는 채플과 교육, 호텔은 대관과 행사라는 그 건립 취지에 맞게 오르간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는 대구에서 각종 악기 소리는 물론 오케스트라와 같이 울려 퍼지는 '악기의 (여)왕' 파이프오르간의 아름답고도 웅장한 연주에 친근할 방안은 없을까?

비록 제한된 범위일지라도 교회와 성당에서는 주일 예배와 교중 미사 직후 교우와 시민들에게 '천상의 소리' 연주를,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각종 연주회를 시민들에게 개방을, 호텔은 비성수기 특정기간을 정해 대관료의 대폭인하 등을 취한다면 지역사회의 오르간음악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파이프오르간은 자주 연주될수록 그 기능과 성능을 더 잘 유지할 수 있지 않는가.

대구시의 행정적 지원, 지역 기업들의 재정적 후원을 바탕으로 위에서 언급한 파이프오르간 주체들이 연합하여 국제오르간콩쿠르를 개최한다면,'음악의 도시' 대구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이 지역에 보다 많은 수의 파이프오르간이 축성되기를 소망한다.

오르가니스트·계명대 교수 권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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