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칼럼-대구에 심고 싶은 나무

입력 2002-09-02 14:38:00

도시는 안전하고 살기에 편리하며 쾌적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도시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도시내에 건설되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색깔과 모양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공원이나 가로에 심어지는 나무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도시에 있는 나무는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여 단순히 사계절의 추이에 따른 자연미를 볼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대기를 정화하고 방음.방화와 기후의 완충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는 물론 녹지면적이 늘어나고 가로수의 수가 많아져서 도시 전체의 녹피율(綠被率)이 높은 것이 바람직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다른 도시의 식수의 수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전혀 개성을 잃어버린 도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도시는 그 지역풍토에 어울리는 특색있는 수종을 식재하여 도시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공원이나 가로에 심는 나무는 그 위치와 토질에 따라 그 적수(適樹)가 다를 수 있다. 또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심고 싶은 나무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와 다른 여러 지역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가로수를 심어본 경험을 했던 필자는 대구에는 이런 종류의 나무를 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첫째 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대구는 내륙분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 춥고 길며 여름은 무덥고 길다. 그래서 겨울을 조금 덜 춥게 하고 여름을 조금 덜 덥게 하며 또한 겨울과 여름을 좀 더 짧게 하고 봄과 가을을 길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나무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시각적으로 혹은 감각적으로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먼저 겨울을 덜 춥게 해주는 나무가 있을까? 그런데 눈이 내리고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는 한겨울일지라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고 싱싱한 잎을 그대로 지닌 채 꿋꿋이 서있는 상록활엽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겨울같지 않다. 그래서 가시나무.관나무.목서 등 대구에도 살 수 있는 활엽상록수를 많이 심자는 것이다. 서울사람들이 대구에 오면 제주도로 착각을 하게….

다음 겨울을 짧게 하고 봄을 길게 하기 위하여 겨울의 끝머리에 꽃이 피는 나무를 심어 봄을 빨리 끌어당기자는 것이다. 차가워도 꽃이 피면 봄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설중매.산수유.영춘화.복수초 등을 곳곳에 심어보자. 대구의 여름은 시민에게 너무 괴롭다.

짙은 녹음을 거리 곳곳에 만들어 기온을 낮추고 또 무더위에 시달린 시민의 마음에 위안을 보태기 위하여 화사하게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를 심어보자. 백일홍(홍과 백).능소화.자귀나무 등이 있다.

가을을 길게 하기 위해서는 가을의 정취를 겨울까지 끌고 가는 것이다. 가을에 늦게까지 피어있는 꽃은 싸리꽃이나 국화 정도이다. 그것을 겨울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러나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단 나무를 겨울중반까지 끌고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무에 빨간 열매가 달려있는 한 사람들은 겨울이라도 가을로 여기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나무로는 감나무를 비롯하여 산수유.산사.아그배.비목.파라칸사스 등 찾으면 수없이 많다.

둘째로 대구인의 기질을 표상하는 나무를 심었으면 한다. 느티나무는 의관을 정중히 갖추고 흐트러짐이 없이 정좌하고 있는 전통적인 경상도 선비의 모습이다. 매화나무와 대나무(낮은 오죽)도 인내심이 강하며 한번 먹은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고 정의로운 시민의 기질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셋째로 대구인의 억센 기질을 좀더 부드럽게 순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나무를 심었으면 한다.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면서 순박하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나비와 새를 불러 모을 수 있는 나무를 심어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시민의 정서순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근 대구는 전임 문희갑 시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전국의 어느 도시 못지 않게 나무가 많은 도시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의 아름다운 도시의 수준에는 요원하다. 더욱 아름답고 특색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앞으로는 질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심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 대구시장.영광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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