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한화갑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가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동교동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 시각을 감추지 않는 의원들도 한결같이 "그래도 한화갑은 말이 통한다"고 평가했다. 29일 발간된 한 대표의 서한집에 서문을 보탠 한나라당 박희태 최고위원은 "화(和)에는 갑(甲)"이라고 한 대표를 치켜세우고 있다.
◈죽고 살기식의 전쟁상황
한 대표도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며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민주당을 맡고 난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화는 단절된 상태다. '국가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결정하는 대선 때문이겠지만 최근 양당의 관계는 대화의 단절에서 나아가 죽기살기의 전쟁상황이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 "후보직을 내놓고 자신은 물론 부인과 아들들이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아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나라당도 한 대표를 향해 "대학졸업후 고시원에 있어서 영장을 받지못해 군 입대를 못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공격한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화로 문제를 푼 사례는 거의 없다. 이해가 엇갈리는 정치적 상황마다 팽팽히 맞서기만 했을 뿐 이해하려는 흔적은 드물었다. 국회의원의 신분은 같아도 국가정책과 정치행위에 대한 이해는 전혀 달랐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해서 '여야 의원들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고 여기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야 결말날 일
김대중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존중하는 한나라당 의원이나 이회창 후보를 정치지도자로 인정해주는 민주당 의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한나라당에게 DJ는 '극복해야할 대상'일 뿐이고 민주당이 보는 이회창은 '인정하기 싫은 적장'이다.
대화와 타협의 상징인 원내총무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발언을 앞장서서 하고 양당 대변인실은 하루종일 상대당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남발하고 있다. 강재섭 최고위원은 사석에서 "대변인 시절 꼭 필요한 논평만 냈는데 당시 야당 대변인이던 박지원 비서실장도 논평을 줄이더니 후일 '덕분에 편했다'고 고마워 하더라"며 양당의 지나친 성명전을 지적했다.
여야의 평행선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 있다.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은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 사라지면 통치행위 하나하나마다 시비가 붙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병역비리 공방은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다. 양당 의원들은 "대통령 선거일이 결말이 나는 날"이라고 한다. 결국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란 시각이다. 극과극의 상황을 이어가며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판단을 하라고 떠넘기고 있다.
서영관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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