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조가격제, 환자 부담 안된다

입력 2002-08-30 15:44:00

보건복지부가 연내 강행의사를 밝힌 '약값 참조가격제'를 싸고 의료계 등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어 의약분업에 따른 한차례의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약값 참조가격제'는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이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난다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시행 발표이후 시민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서 도입 여부조차 불투명할 정도다.

우리는 우선 이 제도를 도입하면 환자들의 약값 부담만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현장에서 사실 환자들이 약을 선택하기는 지극히 어렵고 고가약 처방관행이 유지되면 환자의 부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건강보험 적자를 메꾸는 이런 제도는 국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제도라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참조가격제 추진은 고가(高價)약 사용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같은 약효를 가진 의약품군(群)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만 약값을 건강보험에서 내주고 참조가격을 넘는 비싼 약의 경우 그 차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범사업'등의 절차없이 곧장 전면시행으로 들어가는 정부의 '졸급증'에도 모아진다. 어느 제도건 시행착오, 도입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범실시 등 여과장치가 필요한데도 이를 거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험이다. 의약분업의 경우 시범지역 시행 등을 거쳐도 많은 갈등, 파행을 겪었던 지난 2년간을 떠올리면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시행한 후에 전면 도입여부를 결정했으면 한다.

보건복지부는 약값 참조가격제를 시행하게 되면 의료현장의 고가약 처방이 줄어 들고 제약사도 약값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안이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환자가 비싼 약을 원하면 의사도 거절할 수가 없고, 참조가격 대상인 4천514개 의약품 가운데 고가약은 488개 약품이기 때문에 이런 수준의 제약(制約)으로 과연 제약사들이 약값을 내릴는지는 의문이 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약분업이다. 정부는 약값 참조가격제 도입이후 생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효과있는 대책수립을 바란다. 의료계와 제약사들은 '의사 처방권 제한'과 '시장논리 왜곡'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국회도 제동을 걸고 있다. 공청회 등을 열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적절한 방책을 수립했으면 한다. 환자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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