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노래 가운데는 해보다 달을 읊은 노래들이 유난히 많다. 하다 못해 동요곡인 '반달' 까지도 한낮에도계수나무와 토끼 한 마리를 늘 하얀 쪽배에 싣고 다닐 정도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세시풍속 가운데 민속놀이 대부분이 만월인 보름날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만하다.
경북지방에 전승되는 월월이청청이며놋다리밟기 등 많은 여성놀이들이 한결같이 정월보름 아니면 팔월 한가위를 곁에 둔다. 동산 위로 둥근달이 솟아오를때 쯤이면 아낙네와 처자들은 마을 앞 너른 마당이나 평지로 나온다. 이윽고 둥근달이 온 동네를 환하게 비추면 모두들손과 손을 마주잡고 노래에 맞춰 원무를 그리며 신명나게 논다.
남성놀이 또한 보름날을 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안동지방에 전해지는 차전놀이의 경우 고을을 둘로 나누어거대한 동채를 울러메고 낮에 겨루는 매우 역동적인 놀이인데 힘센 장정들이 가담하여 향리 아전의 비호 하에 이루어진다.
정월 대보름날에 행해지는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도 우리 땅 어디를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낯익은 풍경들이다. 밤이 이슥하기까지 달빛 마당에는 도깨비불처럼 빙빙 도는 쥐불놀이가 달빛을 가르며 이어진다.
민가에서는 쥐불놓기를 하여 어느 정도 타는지를 보며 한해의 길흉을 점쳤고 마을끼리 서로 쥐불싸움을 벌일 때도 있었다. 달집태우기는 제일 큰 우리민족의 대보름 마을 축제였다. 보름달이 동산 위에 떠오르기를 기다려 달집에 불을 댕긴다. 불이 잘 타고 불꽃이 하늘 높게 치솟아야만 그 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시가문학에 있어서도 월령체, 즉 달거리에 관한 내용이 부지기수다. '고려사'악지에 보이는 향악 정재를 출 때 동동사를부르던 노래 역시 달거리의 일종이며 지금까지도 동동이란 이름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보면 우리 민족은 아예 은은한 달빛에 취해 사는 듯한 느낌마저 들지만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이 활활 타오르던 6월은 우리 스스로도 놀라운 순간들이었다. 이제 머지않아 팔월한가위 보름달이 마치 우리 민족의 빛인 양, 고향을 향한 귀성인파가 또 한차례 전국을 휩쓸 것이다.
인간문화재·경북대 교수 김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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