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간의 정보 소통도 그렇거니와 국제정보 질서는 '강자(强者)의 사고(思考)'가 그렇지 못한 쪽을 늘 제압한다. 우리나라가 소득 1만달러 시대에도 언론 정보 수출은 거의 못하고 있는 것은 획득한 정보의 질(質) 수준도 걸림돌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관계가 없을 성싶은 영국 왕가(王家)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일년에 몇번씩이나 접(接)해야 하는 것도 한 예이다. 의료.기술 병력이 파견돼 있는 동티모르의 국군 활동에 대한 소식은 신문.방송 매체에서 거의 보거나 듣지를 못할 정도다. 이처럼 일방적인 정보제공과 정보차단의 양극체제 해소가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해묵은 숙제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작위적인 정보차단국가로 볼 수 있는 북한이 남한과 합의한 방송교류의 성패여부는 아무래도 북쪽의 실천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놓고 볼 때 이런 분석은 나올 수밖에 없다. 합의는 해놓고 실천과정에서 엉뚱한 주장을 내세워 발목을 잡고, 또 정치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무산된 경우가 많았었다.
국민들 사이에 '합의만 하면 무엇을 하느냐'는 냉소적인 분위기와 불신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적당하게 챙길 것만 챙기면 약속이행은 강 건너 불보듯한 지금까지의 행태(行態)를 염려하고 있다. 협정이건 구두 약속이건 성실성 결여가 늘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염려와는 다르게 남한의 방송위원회와 북쪽의 조선 중앙방송위원회가 정부 차원의 방송교류에 전격 합의한 일을 두고 '획기적인 전기'로 보기는 한다. 정치.경제 등 분야에서 교류는 있었으나 방송물의 교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가 보다.
올해안에 합의서 체결이 되는 대로 비정치적 프로그램 교환 방송, 북측의 프로그램 제작편의 제공에 남측은 북측에 방송설비 지원, 2003년 상반기안에 남북방송인 학술토론회 개최 등이 이루어지면 민족염원인 '통일의 기반도 다질 것이다'는 예측도 있다. 이는 독일이 통독(統獨)과정에서 방송교류가 있었던 점을 떠올린 기대가 아닌가 싶다.
▲북한은 사실 방송도 그렇고 인터넷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시 쌍방향(雙方向)인 인터넷을 국내용과 국외용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국내용 인터넷에는 외부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의 TV방송 시스템도 남한과 다르다.
송출방식이 대남(對南)용은 우리와 같고 국내용은 PAL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TV방송을 개방한다고 해도 북쪽에서 남한방송 시청은 안되게 돼 있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하면 남.북한 방송교류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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