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제개편안은 예년과 달리 근로소득자들이 반길만한 이렇다할 세금감면 조치는 담겨있지 않다.
대신 고액재산가들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통한 세금탈루를 막기 위한 과세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공적자금 상환계획과 균형재정 복귀 목표로 기존에 있던 조세감면마저 일부 폐지되거나 축소됐다.
▲고액재산가 과세 강화
외환위기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복잡하고 다양한 자본거래의 틈을 이용해 재산을 변칙 상속·증여함으로써 부의 대물림 현상 또한 고착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따라 이번 세제개편안은 주식과 전환사채(CB)·신종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사채를 정상적인 거래처럼 주고받으면서 재산과 경영권을 함께 넘겨주고 세금을 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거나 매입한 비상장주식이 3년내 상장되는 경우 증여당시 과세가액과 주식이 상장된 후 시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하도록 돼 있는 상장시세차익 과세제도에서 과세대상 상장시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또 특수관계자로부터 주식 대신 자금을 제공받아 이 비상장법인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증여세 부담을 피하는 사례도 차단 대상이 됐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상장시키는 방법 뿐만 아니라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도 문제화됐던 이른바 비상장법인이 상장법인과 합병하는 '우회등록'을 활용한 상장시세차익과세 회피에 대해서도 차단막을 뒀다.
두가지 경우 모두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에서 벌어졌던 사례들이었다.그러나 고액자산가들의 자본거래를 통한 세금 회피는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자본거래의 속성을 감안할 때 법적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는 세제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형태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부의 증여가 이뤄지는 것으로 간주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증여의제에 대한 '유형별 포괄주의'를 전면 확대한 것은 공평과세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령에 열거된 과세요건과 비슷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경우에 법령의 보완없이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때문이다.
▲조세감면 8천300억원 축소
공적자금 손실분 69조원중 49조원을 재정에서 향후 25년간 매년 2조원씩을 떠안기로 한 공적자금 상환계획과 균형재정 복귀 목표는 내년 재정운용을 빠듯하게 가져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로인해 2001년 기준 14조2천억원 규모인 다양한 조세감면제도에서 내년에 당장 8천300억원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공적자금 손실분담 차원에서 기업들로부터 7천억원을, 이자소득자에게서 1천300억원을 각각 거둬들이게 됐다.
조세감면은 중산·서민층 생활안정을 위해, 또는 경기진작 등 거시경제정책의 한수단으로서 활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특정 대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과세형평 차원에서 보면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폭적인 근로소득세 인하로 인해 올해 근소세 징수가 작년 수준을 달성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이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액·소득공제 확대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세제개편안은 올해 연말 일몰도래하는 각종 비과세 혜택 조치들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감면폭을 축소했다.
한번 조세감면이 시행되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당초의 취지와 목적과는 상관없이 자동 연장되는 전례가 많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바람직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방안으로 정착되고 있는 우량자산과 부실자산 분리를 골자로 한 기업분할에 대해 각종 세금감면 혜택이 사라지게 돼 향후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보인다.
이처럼 기업과 국민이 공적자금 상환계획과 재정 건전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만큼 재정 지출에서도 공공부문이 씀씀이를 줄여야 이번 세제개편안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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