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비둘기아파트 단지내 광명정사. 대한초능력학회 이사장 이광자(57)씨는 매주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드리는 일을 빼곤 어김없이 이곳을 지키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한다.
월 임대료 4만원에 불과한 12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지만 그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의 미래를 알려는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며 살아간다.
일월종 승적을 가진 승려이자 무당인 그의 인생유전은 한마디로 극적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석사출신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에게 교직생활 19년째에 접어들던 지난 1981년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대구대 설립자인 부친 이영식 목사의 타계 직후 그는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았다.
2차대전때 남태평양에서 희생된 동포들의 영령을 추념하는 사업을 벌이던 부친이 사이판에서 타계하면서 아버지의 영이 씌어 결국 내림굿을 받고서야 신병에서 풀려났다. 기독교인이라 무당이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몸부림쳤지만 허사였다. 가족과 친척들은 그를 외면했지만 이씨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씨는 일종의 초능력자다. 그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귀신들이 보인다고 한다. 흔히 신주라 불리는 영의 인도에 따라 사람들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문제점을 풀어준다. 한때 영가들을 위해 굿판도 벌였지만 요즘은 굿을 하지 않는다.
게을러서 굿을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하지만 실상은 굿을 부탁하는 사람들의 경제 형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굿을 하지 않는다. 대신 주말마다 전국의 각 사찰을 돌며 영가를 달래는 천도 기도를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광명정사(053-634-8939)를 찾아 점을 보지만 그는 복채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 형편대로 내놓고 가면 그뿐이다. 복채의 대부분은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치성드리고 남은 음식물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나눠 먹는다.
그의 이같은 삶은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한 부친의 유언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점을 봐주는 일도 그에게는 사회복지 차원이다. 남모르는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무당이라는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주변에서 쑥덕대지만 이 세상에는 풍각쟁이, 선생, 성직자, 지게꾼, 무당도 필요하다는 그는 자기 일에 소신을 갖고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축한다. 교장선생님 잔소리도 안듣고 아주 즐겁다는 그는 모두가 대자대비한 마음을 갖는다면 이 세상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힘줘 말한다.
종교와 사상, 생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술술 막힘이 없는 이씨는 등산로를 알면 산오름이 훨씬 수월하듯이 자기 사주를 알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점 예찬론을 폈다.
이광자씨는 늘 바쁘게 산다. 종교를 뛰어넘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한초능력학회 일에도 열심이다. 매달 열리는 세미나 준비하랴 강사초빙하랴 바쁘지만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학회 행사를 꾸려나간다. 초능력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며 학회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그는 요즘 부친의 유업인 해외희생동포추념사업회 일을 이어받아 신명을 바치고 있다. 지난달 추념행사차 사이판을 방문한 그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숱한 영령들을 위로하는 일을 누군가가 해야한다며 힘 닿는데까지 이 일에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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