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기능 전환 3년

입력 2002-08-26 14:56:00

정부는 동사무소 행정기능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문화 서비스와 주민참여 욕구는 오히려 증가함에 따라 전국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했다.

대구의 경우 시범구로 지정된 동구청이 2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지난 99년 9월부터 20개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가장 먼저 전환했다. 주민자치센터 전환 3주년을 맞는 동구를 통해 주민자치센터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살펴보자.▨현황

주민자치센터가 여가 생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면서 주민 자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게다가 99년 9월 개설초기 93개 프로그램에 수강생이 4천97명에 이르렀으나 3년이 지난 현재 79개 프로그램에 수강생은 1천700여명으로 프로그램수는 15%, 수강생은 무려 58.5%나 감소했다. 특히 수강생을 모집하는 50여개 프로그램 가운데 수강생이 10명 이하인 경우가 10개에 이르는 등 상당수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문제점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조로운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 79개 프로그램 가운데 컴퓨터, 서예, 인터넷사랑방 등 3개 프로그램이 38개로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면서 인근 동끼리 프로그램이 중복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신암1동 등 5개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요교실을 열고 있는 가운데 동구청이 팔공한마음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등 구와 주민자치센터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산문제 등으로 컴퓨터교실의 경우 공공근로 강사에 의존하는 등 전문 강사를 확보하지 못해 상당수 강좌가 내실 있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천4동 헬스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시설이 동사무소 일과시간에 맞춰 문을 닫아 퇴근 후 주민들이 거의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선방안

프로그램 중복현상을 피하기 위해 강서(신암, 신천, 효목 등)와 강동(동촌, 공산, 안심 등) 2개 권역별로 협의체를 구성, 사전협의 및 공동운영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가 많이 축적된 복지관 등과 업무교류를 통해 주민자치센터 운영능력을 배양하는 한편 일과시간 이후에도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함께 컴퓨터교실의 경우 홈페이지 제작과정, 전자상거래 등 최근 수요를 반영한 고급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도입하고 여름캠프교실, 취학전 아동준비교실 등 계절 프로그램과 영농체험교실, 화훼교실, 문화재순례교실 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주민 자치의식 함양을 위해 안심2동 가요교실 수강생 30여명이 수지침 동아리회원 20여명과 함께 월 2회 경로당과 불우시설을 방문, 봉사활동을 벌이는 사례처럼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에까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 확산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연 평균 500만~600만원에 불과한 주민자치센터 예산을 대폭 늘리는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관련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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