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 정유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정경제부가 신용카드 결제대상에 상품권을 포함시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다음달부터 이를 강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은 종이로 된 상품권은 법인카드, 현금이외에 개인카드로는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SK㈜, LG칼텍스정유,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개사 모두 상품권(주유상품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작년 판매액은 총 6천193억원에 달했다.
정유업계는 상품권의 신용카드 구입이 허용되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겠지만 상품권 질서가 문란해져 상품권 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석유협회는 "개인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연간 이자율이 13~19%에 달하지만 상품권을 구매하면 원금만 갚으면 되기 때문에 이 상품권을 2, 3%의 할인율을 적용받아 팔더라도 이득이 돼 급전유통을 위한 '카드깡'이 성행할 것"이라며 "신용카드 결제대상에서 상품권을 제외해달라"고 재경부에 건의했다.
또 "정유상품권 유통이 증가하게 되면 주유소 사업자들이 상품권을 할인 구매해 이를 정유사에게 석유제품 구매대금으로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정은 백화점 업계도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살 수 있게 되면 '카드깡' 만연으로 유통질서가 문란해질 뿐더러 부정유통된 상품권이 뇌물 등으로 쓰일 소지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내 대형 백화점 주변에서는 현금 또는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이 1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음성 거래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구두상품권의 경우 제값주고 사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품권 제도 자체가 붕괴됐다"며 "신용카드 결제대상에 상품권이 포함될 것에 대비,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