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이해찬 '병풍 유도' 파장

입력 2002-08-22 14:22:00

한나라당은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검찰의 병풍 정치쟁점화 요청' 발언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고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후라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다"며 "김대중 정권의 추악한 음모"라는 등 맹비난하면서 강력 대응할 움직임이다.

그동안 병풍공방에서 수세에 몰렸던 것을 일거에 반전시키겠다는 계산이다.한나라당은 2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서청원 대표의 기자회견에 이어 국회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병풍공작 규탄대회를 갖고 곧바로 서울지검을 찾아가 김정길 법무장관의 사퇴와 박영관 부장검사의 즉각 파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소속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농성 및 전국순회 장외투쟁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회견을 통해 "그동안 병역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주장과 검찰의 조사는 모두 치밀하게 기획된 사전작업에 의해 조작돼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휘아래 민주당과 일부 정치검찰이 파렴치 전과 7범을 수사관으로 둔갑시켜 국민을 기만하는 모략극을 자행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서 대표는 또한 "이해찬 의원을 이용한 지난 3월의 국회 발언에도 불구, 병풍이 일어나지 않자 이 정권은 비제도권 언론 등을 동원해 김대업의 주장을 폭로하게 하고 신기남 의원 등이 이를 국회에서 재탕하는 식으로 병역의혹을 확대 재생산해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이어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흘려 여론을 조작하고 급기야 거리로 나가 국민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후안무치한 작태까지 연출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천용택 의원이 지난 6월 최고위원 회의에 보고한 공작기획 보고서에 나타난 '병풍 시나리오'도 검찰 등 권력기관과 공모해 작성되고 실행된 것이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전날 남경필 대변인은 "이해찬 의원의 발언으로 병역관련 각종 의혹제기가 민주당과 김대업, 박영관의 교활하고 치밀한 삼각 커넥션속에 진행된 정치공작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이 의원은 사전모의와 정치공작의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검찰 병풍쟁점화 요청' 발언이 정국을 순식간에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이 의원에게 지난 3월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보다 분명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본질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및 은폐의혹"이라고 맞섰다.

특히 이날 단행될 검찰 인사를 예의 주시하며 발언 당사자로 알려진 서울지검 박영관 특수1부장의 교체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대변인은 "진상도 불분명한 이번 일로 수사팀에 손을 댄다면 앞으로도 누가 소신있게 수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화갑 대표도 "수사팀을 바꾸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우는 꼴"이라며 "검찰은 병역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 발언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병풍 정국의 반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울고싶은 데 뺨 때린 격" 이라며 침통해 했다. 병역비리 진상조사위원장인 천용택 의원은 "참담하다. (이 의원을)돌로치고 싶은 심정이다"며 "이 의원이 박영관 부장검사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려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오비이락이다. (한나라당에)딱 걸렸다"고 했고 함승희 의원도"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린 격"이라고 했다. 함 의원은 또 "아무리 어리석은 검사라해도 사건의 객관적인 팩트를 흘리면 모를까, 어떻게 국회에서 떠들어 달라고 얘기할 수 있냐"고 이 의원을 두둔했다.

한편 이 의원은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 발언경위를 설명하며 "나는 박영관 특수부장에게 들은 사실도 없고 그렇게 얘기하지도 않았다"며 "단지 특수부라고만 들었고 사실확인을 하니 틀린 것도 있어 대정부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거듭 항변했다.

서봉대.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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