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만 남은 수해 피해 농.어민

입력 2002-08-20 15:36:00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유실, 농작물 침수에 이어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고 농산물 품질저하로 가격마저 떨어지는 등 후폭풍이 농가에 몰아치고 있다.한숨짓기는 어민들도 마찬가지. 계속된 비로 횟감용 활어값이 떨어지고 연안.근해에서 어족이 사라진데다 적조마저 꿈틀거리자 걱정거리만 늘었다.

늦게나마 농.수산물 가격이 제자리를 찾고 있지만 농작물은 워낙 피해가 크고, 어족은 씨가 말라 생산량이턱없이 적어 농어민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경북 북부지역에선 고추 병피해가 확산된데다 건고추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못하자 농가들이 고추를 뿌리째 뽑아버려 폐농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고추밭 500여평을 갈아엎은 이동국(48.경북 영양군 청기면)씨는 "20여년간 고추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열과가 심하기는 처음"이라며 "수확할만한 고추가 30%도 안돼 뿌리째 뽑았다"고 말했다. 초기 600g 1근당 2천원선까지 폭락했던 햇 건고추 값은 지난 19일 3천원선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생산비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실정이다.

포도 주산지인 김천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에 열과가 나타났으며, 피해 포도는 대부분헐값에 가공용으로 팔려 재배농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5㎏당 1만2천원이던 가격은 16분의 1에불과한 750원에 가공용으로 식품공장에 팔리고 있다. 정품 포도값은 올랐지만 생산량은 20% 선에 불과해 말그대로 '빛좋은 개살구'인 셈.

작황이 저조하기는 인삼도 마찬가지다. 늦장마로 수분이 많아져 뿌리가 썩는 현상이 발생, 상품성도갖추기 전에 미리 캐내야 할 삼포가 크게 늘었다.최근까지 담배농사를 짓다가 수박으로 주산품을 바꾼 봉화군 재산면의 경우 마을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다.집중호우로 수박이 물러터지는 탓에 수확을 포기했고, 밭마다 썩는 수박의 악취가 진동해 마을 주민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밖에 안동.청송 등지에는 여름 과일이 본격 출하됐으나 비가 계속되면서 낙과 방제약을 제때 뿌리지 못해 떨어지는 사과.자두가 크게 늘었다.한편 경북 최대어항인 구룡포의 경우 연안.근해 구분할 것 없이 고기가 잡히지 않는 최악의 해황 탓에 수협위판고가 50억원이나 줄어들었다.포항.영덕지역 수협들도 최근 들어 문어.가자미 등 일부어종을 제외하곤 고기가 없어 하루 위판물량이 평상시위판금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호우 피해가 심각한 울릉도는 인근 해역에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지 않아 소형어선 200여척이 출어를 포기, 어민들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17일 햇오징어가 첫 위판됐으나 어획고는 지난해보다 43.3%나 감소했다.

게다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적조 역시 일사량이 늘면서 수온이 적조생물 번식에 적합한 24~26℃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어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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