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 토요일 지역 3개 TV 방송의 저녁 메인뉴스는 한결같이 12일째 질질 끌면서 엄청난 피해를 떠안긴 '국지성 집중 호우'가 '마침내' 끝났다는 보도로 머리를 장식했다. 온 국민이 속시원해 한 '비 끝' 소식. 낙동강이 범람할까 가슴 조리게 했던 장대비.
벌건 흙탕물로 들녘을 온통 수장시킨 비였다. 이번 집중호우는 8월에 내린 비치고는 많은 특이점을 보여줬다. '국지성'에다 12일 동안이나 끌 만큼 근래 볼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쳤다. 비 피해가 강우량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지근(至近) 거리에서도 강우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등 뚜렷한 특이성도 보였다.
그런데 지역 TV방송의 비 관련 보도는 어떠했나? 한 마디로 비를 따라 갔다가 비가 그치자 맥 빠진기색이 역력하다. 전형적인 '경마 보도' 그것이다.
이달 초순 지역 각 TV 방송의 뉴스화면은 '열대야' 속보 행진을 벌였다. 밤 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과연 며칠간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 방송의 최대 관심사인 듯 했다. 마침내 6일 아침 대구의 최저기온이26.1℃를 기록하면서 열대야 8일째를 기록했다는 '업적'을 보도했다.
팔공산 수태골의 텐트족 화면과 함께…. 이어 봉화, 안동 등 북부지역에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8·15 광복절을 맞으면서 '11일째'라는 집중호우 '롱런'행진에 초점을 맞췄다.'열대야' 기록 보도에 쏟았던 관심이 '집중 호우'로 바통 터치됐다.
화면은 호우에 제방둑이 터져 논·밭이 쓸려나가고, 물에 잠기고,어쩔줄 몰라 하며 허탈해 하는 농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햇볕이 났다. 화면은 '비 끝'이었다.
비 관련 보도는 분명 재난보도이다. 이미 중부 지역 물난리 소식을 지역민들은 화면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지역에도 쏟아졌다. 대구에도 500㎜가 훨씬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그런데 대구에서는 그다지 큰 피해가 나지 않았다. 왜 그런가? 보도는 이 같은 특이성의 배경에 대해 말이 없었다.
상주 지점의 낙동강이 범람할까봐 기자가 비 속에서 강둑을 가리키며 현장보도했지만 정작 상주 지역은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렸다. 강우의 지역별 편차가 컸다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 보도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정보가치가 적었다.
이번 집중호우는 천재지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강우량이나 피해 집계에만 매달려야 했던가. 강둑이 그렇게 손쉽게 붕괴된 원인을 사후약방문 격이기는 하나 짚어야 한다.
재해대책본부란 곳이 뭣하는 곳이며 재해대책을 얼마나 마련, 재해를 줄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보도시간이 많은 만큼 시청자들이 얻어야 할 정보가 많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언론의 감시기능을 철저히 발휘하는 것일 게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만큼 보도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 수재는 줄지 않고 있다. 재난보도 이상으로 재난예방보도를 수해농민들은 이제 기다리고 있다.
미디어모니터회 여 은 경 eunkyung0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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