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달 '이례적인 인사'를 했다. 여성공무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 여성공무원들이 갈 수 없었던 '금녀(禁女) 보직'이 존재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이같은 관행이 깨진 것.
대구남부지방노동사무소 이기숙(47·여)산업안전과장은 이같은 '파격인사'의 주인공이다. 지방 노동관서의 첫 여성 산업안전과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노동관서에서 이른바 '거친 업무'로 꼽히는 산업안전과와 근로감독과는 그동안 남성 공무원들의 자리로 인식돼 왔다.
"여성이라고 해서 어떤 업무가 벅차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단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죠. 요즘엔노동부내에서도 여성들이 감독관으로 근무하는 사례가 늘어나 더이상 여자라서 갈 수 없다는 보직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 과장은 업무를 맡은지 한 달 가량 지났는데 '의아한 시선'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어, 담당과장이 여자네"라는 투의 눈이 느껴졌다는 것."아직 우리 사회의 통상적 관행을 생각했을 때 관리직 여성공무원을 만나면 어색하기도 하겠죠.
게다가 산업안전과는 건설현장 등 주로 남성 근로자들만있는 곳을 주된 업무영역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인 업무관계로 만난 사이인데 '저 사람은 여자네'라는 인식은 필요없어요. 직업근성이 부족한 이유예요. 이젠 조금씩 바뀔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장은 많은 여성공무원들에게 다양한 책임이 주어지고 있다며 '잘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산업안전과에 여성이 과장으로 온 것은 처음인데 많은 분들이 저를 주목하고 있다고 봅니다. '처음'이란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겠죠.남자 못지 않게 하지 않으면 후배 여성공무원들의 자리를 막는 결과까지 낳겠죠".
이과장은 '산업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재직기간동안 다치거나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사례를 최소화시키고 싶다고 했다."손톱밑에 가시가 들어가도 얼마나 아픈지는 누구나 잘 알겁니다. 하물며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다면 얼마나 심한 고통이 따르겠습니까.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예방행정에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관리감독이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현장에 나가 근로자들의 마음으로업무에 임하자고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합니다".
지난 74년 노동부에 들어와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했다는 이 과장은 우리나라 가정문화상 여성 직장인들은 '1인다역'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보람있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시어른까지 모시고 살면서도 그런대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아요.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의 자리를 이해해준 남편의 도움도 컸지요. 근로여성과장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여성들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남편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됩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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