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후 단신 월남하여 자수성가한 강태원씨가 평생 모은 재산 270억원을 '불쌍한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KBS에 기탁한 것은 참으로아름다운 이야기다. 특히 이 재산은 월남 직후 막노동까지 하며 번 돈도 포함되어 있어 보통 사람으로는 하기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가 희사를 결정하고 한 첫말이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네. 원래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재산을 물려주면 안 되는법이야"였다는 것은 부의 세습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강태원씨의 희사가 지금처럼 기사화 된다는자체가 아직은 우리에게는 부의 사회환원은 아직 초보단계라는 방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 예로 모금 전문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의 지난 해 설문조사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기기부자는 16.3%(종교기관 제외)인데 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대체로 70%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러한 기부자들이 줄을 잇고 있어 우리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 경북 상주시에서는 70대의 박일분 할머니가 봇짐장사 등으로 평생 모은 재산 5억원을 상주대학에 기증했나하면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은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300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에 기부하는 등 미담이 쏟아지고는 있다.
그리고 대기업의 사회복지를 위한 기부도 전경련의 경우 2000년은 98년에 비해 62%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수준이다.
강씨의 표현처럼 부자라 해도 자식은 "대학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아파트 한 채씩 사주고, 먹을 것 좀 주면 부모로서 할 일은 다한 것"이일반화되어야 선진사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상위 10%와 하위 10%간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부의 격차 확대기에는 더욱 이러한 부의 사회환원이 필요한 것이다.
상속세법 등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야 돼,재산을 자식에게 주지말고 사회에 환원해야 우리 사회가 살아"라고 말한 강씨의 말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길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돈이라는 게, 덜 먹고 덜 자고 남보다 일 더하고 신용 지키면 저절로 따라온다"는 그의 말은 일확천금만 노리는 오늘의 세태에서는하나의 귀감이다. 새로운 말은 아니지만 그는 몸으로 실천하고 증명했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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