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엘리트 언론

입력 2002-08-16 00:00:00

언론학자들은 나라가 잘살거나 국제질서유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강대국은 언론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언론의 태동(胎動)이 앞선 국가일수록 국민들의 소득(所得)이 높고, 국제사회에서 발언도 여러국가의 목소리를 제압하는 힘을 가졌다고 분석하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세계최초로 일간지(日刊紙)를 찍어낸 독일이나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을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른 '언론역사 고참(古參)' 국가로 꼽는다. 아시아는 어떤가. 현대신문을 가장 먼저 펴낸 일본이 강대국 대열(隊列)에 속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100년 남짓한 일천한 신문발행역사도 아쉬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엘리트 언론'이 없다는 자괴감도 가진다. 세계에서 '엘리트 신문'으로 꼽고있는 신문은 미국의 경우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를 친다. 프랑스의 르몽드, 스페인의 ABC나 엘 파이스도 이에 포함되고 일본의 요미우리도 '엘리트 신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엘리트 신문'은 발행부수가 대부분 50만부 안팎이지만 사설, 해설 등이 세계여론형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100여개 국가가 이들 신문을 수입해가고 도서관, 대학 등에서 비치하는 신문을 일컫는다. '엘리트 방송'은 무어니해도 공영방송인 영국의 BBC다.

▲문화방송(MBC)의 보도성향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MBC사이에는 '편파보도다' '아니다'로 자주 대립해 왔다. MBC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도하려는 계기로 알려진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문제도 한나라측은 '편파보도'라고 하고 MBC측은 '알권리에 족쇄를 채우려는 폭거'라는 주장으로 맞서 있다.

어떻든 한나라당과 MBC의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오래전부터 MBC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문화방송은 이에 대해 '방송사를 좌지우지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어느쪽 주장이 옳고 그르고 단순한 판단이전에 다매체(多媒體)시대일수록 지상파 방송의 공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뉴스가치 판단은 언론사의 몫이지만 공정성을 언론의 기능중 으뜸으로 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이 공정성에는 객관보도나 균형보도가 자리한 지 오래다.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에 '엘리트 언론사'가 한곳도 없는 이유가 이의 부족도 한 원인인 것 같기도 하다. 한나라당 주장과 관련없이 신문과 방송은 치열한 반성으로 공정성을 확보해야 '세계속에 한국언론'이 부상할 수 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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