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농작물 습해·병충해 비상

입력 2002-08-16 00:00:00

비가 10여일째 계속되면서 농작물 침수 피해와 함께 습해 및 각종 병충해 발생 우려가 높아 풍년농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5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봉화에서는 농경지 147㏊와 농작물 181㏊가 유실·매몰 또는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영주시에서도 483㏊가 물에 잠겼다가 빠지고 45㏊가 유실 또는 매몰됐다.

특히 지난 5일부터 내린 비로 인해 습해와 함께 각종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 풍년 농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벼 재배농들은 물에 잠겼다 빠진후 잎과 줄기에 묻은 흙앙금과 오물을 씻어주고 맑은 물로 갈아주기 등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10여일째 비가 계속 내리면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삭이 잘 패지 않고 팬 이삭들도 성장이 제대로 안돼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4천800여평의 논에 중생종인 '원황'을 심었던 정연도(46·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씨는 "이번 비로 인해 절반 이상의 벼가 이삭이 패지 않았다"며 "조만간 햇빛이 나면 도열병과 흰잎마름병 등 병충해 발생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여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논에 물이 빠진 후에는 새물로 갈아주고 비가 그친후에는 도열병과 흰잎마름병 등 방제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고추·수박 등 밭작물에도 장기간 비가 내리면서 병충해 발생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고추재배농 권순덕(38·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씨는 "집중호우가 내리기전만 해도 고추 풍작이 예상됐지만 10여일째 비가 내림에 따라 습해와 탄저병·역병 등의 병충해 발생으로 작년보다 20% 이상 감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추재배농들은 "올해는 기상여건이 좋아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만 해도 착과된 고추가 많았으나 이번 비로 침수됐던 고추밭에 물이 빠진후 작은 뿌리(세근)가 시들시들 해지다 말라 죽을 것"이라며 "또 날이 개면 병충해 발생이 크게 확산돼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박도 피해는 마찬가지. 영주시 단산면과 이산면, 봉화군 재산면 일대 수박 재배농들은 "오랜 비로 인해 수박이 굵어야 하는데도 성장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해 수량과 품질면에서 작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걱정이다.

재산수박의 경우 당도가 작년에는 평균 10.6∼13도 정도였으나 올해는 최근들어 잦은 비로 0.7∼1도 정도 떨어졌고, 수박 한개당 무게도 평균 10㎏ 미만으로 작년보다 1∼2㎏ 줄어 든 것으로 조사됐다.

봉화군농업기술센터 김성년 지도사는 "오랜 비로 인해 고추와 수박 등 모든 밭작물에 습해피해는 물론 탄저병과 역병 등의 각종 병충해 발생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어 풍년농사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비가 그치고 날이 맑는대로 병충해 방제와 농작물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주·봉화 김진만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