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얼마전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확인사살(確認射殺) 당했다"고 침울해 했다. 지난 8일에 있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참패와 6·13일 지방선에서의 한나라당 압승(壓勝)에 대한 결과를 전장(戰場)에서나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자극성 용어를 들어 표현한 것이다.
이 두 선거의 결과가 주는 의미는 단순하게 '확인사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심각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정권 재창출(再創出)이 목표인 민주당으로서는 두 선거의 참패로 대선(大選)전략에 차질이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고 이런 구도가 굳어지면 민주당 소멸뿐만 아니라 DJ연고(緣故) 정치인들의 이산(離散)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각론으로 보면 그렇고 포괄적으로 6·13, 8·8선거가 시사하는 의미는 몇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가 '3김(金)'영향력의 소멸현상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정치현징에서 이들의 '정치인 줄세우기' 등은 막강한 힘 그자체였고 북쪽의 또다른 김(金)과 더불어 '한반도의 4김(金)'이라는 조어(造語)도 생성케한 역할은 누구도 부정을 못한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는 3김의 힘이 무력해졌다. 상당한 무력화(無力化)는 예측했지만 예상을 넘어선 상황은 '절대 배제'쪽으로도 해석될 정도다. YS의 '부산·경남쪽 다듬기'도 별무신통이었고, JP의 충청도 고수(固守) 전략은 실패가 아닌가 싶다. 민주당 절대지지 성향의 전라도에서 무소속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 무더기 당선과 국회의원 후보들의 약진은 'DJ 소퇴'의 가속화로 규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표(票)의 쏠림 현상도 들 수 있다. 민주당에게는 충격이지만 집권가능한 정당에 표를 몰아 주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의 3각 구도의 붕괴가 이번 지방선거결과 더욱 확연해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자민련이 아예 후보공천을 포기했고 13곳 중 11곳에서 이긴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의석' 고지를 점령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야당의 과반수 획득은 사상초유의 일인만큼 DJ 연고 정당의 충격이나 위기의식은 물론 이런 극한 상황을 깰 행보가 다급해졌다. 사실 이번의 지방선거나 재·보선 이전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이긴 정당은 없었다.
국회의원 선거도 그랬었고 대선(大選)의 경우는 몇십만표 차이로도 당락을 결정지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두 선거는 한나라당의 반사이익 등 이유야 어쨌든 한나라당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뚜렸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지도자의 다중화(多衆化)'시대다. 3김의 퇴조와 박찬종, 김윤환, 이기택씨 등의 침하(沈下)도 한 원인이지만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갈구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 상승은 '대선(大選) 쟁투'의 확대다.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나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 불복(不服)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인제 민주당 의원,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 등이 칼날을 세울 이번 대선가도(街道)는 어느 대선보다 '흥미 유발(誘發)' 요인이 잠재돼 있다. '지도자의 다중화'의 일각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도 빼놓을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제3당 부상(浮上)'이 당장 큰 위협이 아니라는 게 보수정당 등의 분석이긴 하나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응집력을 배제하지 못할 처지다. 12월 대선때 비교적 높은 득표력(得票力), 2년뒤에 치러질 총선(總選)에서 민노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지도자 다중화 시대'에 우리에겐 대구·경북 출신 인물의 외연확대 활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건, 희망이 있건간에 이에 대비하는 향토출신 정치 지도자에 대한 기대다. 대망(待望)은 '또 한번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정못할 일 아닌가.
흔히 이 고지 정복은 국정 운영 능력 배양이 최우선이라고 꼽는다. 그러나 지금은 도덕성(道德性)이 가장 중요한 덕목일 성싶다. 괜찮다 싶은 사람도 뒤를 보면 허탈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은 물론 가족, 인척들의 도덕성도 문제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징집(徵集)연령의 아들은 입영(入營)시켜라. 병역과 관련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대치상황을 염두에 둘일이다.도덕적으로 고민하며 사고(思考)하는 정치 지도자가 과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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