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불평등 관행 메스

입력 2002-08-14 15:37:00

금융감독원이 13일 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의 서울지점 등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이번 징계는 국내 증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외국계 증권사도 감독당국의 칼날을 비켜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또한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조사분석자료를 기관투자가 등에 미리 제공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관행에 처음으로 손을 댔다는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감독당국이 뒤늦게나마 제재조치를 함에 따라 증시에 만연한 정보의 불평등 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금감원은 이번주부터 국내 증권사의 조사분석자료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검사에 착수해 국내 증권사에 미치는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의 첫 대규모 중징계

금감원은 워버그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문책기관경고를 했으며 임·직원 15명에 대해 문책경고와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내렸다.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임·직원은 모두 53명으로 10명중 3명이 징계를 받은 셈이다.또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주의적기관경고를 받았으며 직원6명이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99년 출범한 이후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의 직원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인 견책조치는 내린 사례가 있었으나 기관조치와 개인에 대한 감봉이상의 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국내증권사에 영업점포 폐쇄라는 고강도의 징계를 내린 것에 비하면 다소 징계의 수위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특히 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은 세계적인 증권사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증권사중 주식거래점유율 1, 2위를 기록하는 등 영향력이 큰 회사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분석자료 관련 첫 제재...국내증권사도 '비상'

이번 징계결정은 증권사 조사분석자료에 대한 불공정 관행에 처음으로 쐐기를 박는 조치라는 의미도 상당하다.

그동안 증시에서는 애널리스트 등이 기관투자가와 주요 고객 등에게 분석보고서를 내기 전에 매수·매도 추천 예정일과 내용 등을 전화나e-메일 등으로 알려주고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함께 기업탐방을 하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은 뒷북 정보로 불공정한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해 5월 금감원은 증권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증권사가 기관투자가 등에 분석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제공했다면일반에게 공표할 때 이러한 사실을 반드시 알리도록 했으나 규정개정한 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방치해왔다는 비난도 받았다.그러나 뒤늦게나마 감독당국이 이러한 관행에 메스를 대면서 '개미'들의 정보불평등 현상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증권업협회도 이달부터 증권사가 특정 종목과 업종에 대해 보고서를 낼 때에는그 시점으로부터 과거 1년간의 투자등급과 목표가격변경내역을 명시해야 하는 등증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을 강화함에 따라 증시의 공정성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보인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주부터 14개 국내증권사와 9개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을 대상으로 규정준수 여부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함에 따라 국내증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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