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지긋지긋하다

입력 2002-08-14 14:45:00

비가 지긋지긋하다.

지난 6일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 9일째 대구.경북지역에 내리고 있는 비가 앞으로 2, 3일 가량 더 내릴 것으로 전망돼 연속 강수일 15일을 기록한 지난 63년 이후 최장 연속 강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동댐 상류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백천계곡 일대에는 13일까지 769㎜의 비가 내려 78년 봉화 청옥산 백천관측소가 설치된 이후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지역에는 지난 6, 7일 1일 강수량도 각각 325㎜와 285㎜에 이르렀다.

대구지역의 연속 강수는 지난 63년 6월15일부터 30일까지 15일간에 걸쳐 비가 내려 최장을 기록했고 1928년 14일간(9월11~24일), 48년에는 12일간(7월28~8월8일) 비가 내린 기록이 있다.

비오는 날이 계속되자 수해를 입지않은 시민들도 빨래를 제때 말리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으며 노점과 막노동 등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영세민들은 생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지역 재래시장에는 장보는 주부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으며 비가 그칠 때까지 문을 열지않겠다는 상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여름 피서를 계획했던 사람들의 여행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각종 야외행사도 무더기 연기되고 있다.

수해 피해 농민들은 계속 내린 비로 복구는 꿈도 못꾸고 있다. 그저 멍하니 물에 젖은 들녘만 바라보고 과수농가도 낙과를 바라보며 암울하기만 하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동촌1리 수박농가들은 아예 수박을 깨뜨려 길거리에 내팽개치고 있어 애타는 농심을 읽게 하고, 경북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 정연도(46)씨는 "2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렇게 지루한 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벼 수정도 안되고 고추도 전부 허물어져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또 계속되는 비로 낮 기온이 평년보다 10℃ 가량 낮은 저온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감기, 피부병 등과 함께 각종 수인성 전염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의들은 침수지역은 오염된 물로 인한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과 식중독, 피부질환 등이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교수는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기나 도마, 행주 등 주방기구는 끓는 물에 소독해 사용해야 한다"며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구라잠수교, 북구 복현동 성보학교 뒤편 제방 등 2곳은 지난 9일부터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김진만.정욱진.최두성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