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다시보기-대구MBC 특집 방영-수박 겉핥기식 'U대회 토론'

입력 2002-08-13 14:26:00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하계U대회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첫 국제 스포츠 대회를 맞는 시민들과 대학생들의 관심과 참여열기도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다.대구MBC의 창사기념 특별토론 '2003 여름U대회-대구를 국제도시로'(8일 밤 11시)는 매우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대회의 규모와 성격, 개최지의 효과, 사전점검에 관한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감으로써 지역시청자들에게 대회의 중요성과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조해녕 대구시장, 박상하 U대회 집행위원장 등 6명의 출연자들도 전문적 지식과 향후 계획들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정부의 예산지원과 북한 선수의 참여여부 그리고 세계육상대회와 겹친 일정으로 우수선수들의 참여저조 우려 등 걱정스런 소개들도 나왔다.

또한 국제도시로 발돋음하기 위한발전방안, 국내·외 홍보 전략, 특성화된 대학축제 전개, 교통문제, 자원봉사자의 확대 운동들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로 등장됐다.

그러나 대구MBC의 토론은 똑 부러지게 하나라도 결론을 얻기보다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문제들을 나열하는 선에서 시청자들은 만족해야만 했다. 토론의형식과 진행방법에서 사회자의 과다한 역할 때문이었다. 프로그램 시간 90분내내 사회자→출연자→사회자→출연자…로 반복하다보니 사회자가 밋밋하게 몰고가는 성향이 두드러진 점이다.

토론이기 보다 집단 인터뷰란 인상이 짙다. 시청자들은 주제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토론'의 사전적 의미를 긴 시간 동안 제대로 찾지 못했다. 사회자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대변해서 풀어주고 출연자들간의 토론을 중재하거나 방향설정을 위해 나서는 정도에서 토론 분위기의높낮이를 조정해 주는 '조정자 역할'이 제격이다.

비단 대구MBC 뿐만 아니라 대구KBS, TBC 모두가 조금은 진부한 토론 프로그램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이젠 토론의 품질을 출연자들끼리 논쟁의 장으로 바뀌어야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다고 본다.

이날 토론의 어설픈 점은 또 있다. 출연자의 구성과 방청객석이다. 적어도 세계대학들의 스포츠축제를 토론하는 자리에 주인공인 대학생이 없다는 것이다.출연자 모두가 대회를 분야별로 집행하는 어른들로 채워졌다.

방청객석도 입을 굳게 다문 U대회 조직위원회 관계 공무원들로 거의 메워져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했다. 사회자가 '흥분, 전율, 열정의 젊은이 축제'에 관한 의견을 어른 출연자에게 물었으나 시원스런 답변은 되지 못했다.

대구MBC의 창사특집 프로그램 편성의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것 같다. 순서로는 U대회를 먼저 치른 해외 개최도시를 다녀온 다큐멘터리 '이제는유니버시아드다'(19일 예정)를 먼저 보고 토론을 했더라면 더 깊이있는 토론이 됐을걸 말이다.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말이 아니다.

미디어 모니터회 류우하(wooh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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