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테이프' 진위 공방

입력 2002-08-13 00:00:00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와 관련, 김대업씨가 일부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한 13일, 한나라당은 "김씨가 공개한 '병풍'관련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라며 국회 법사위를 소집했다. 한나라당은 김정길 법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단독으로 진행한 법사위에서 정형근.이재오.홍준표 의원을 참석시켜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수사 경험상 녹취록이 부분부분만 들리고 대답도 예, 아니오 식으로 이뤄진 것은 수사협조의 의미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개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검찰은 녹음 테이프 원본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김씨 주장대로 99년 3,4월 녹취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당시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며 "사후조작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만약 조작본이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연결부분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재오 의원도 "김도술씨는 김대업에게 이같은 진술을 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대업 녹취록의 출처와 조작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에 앞서 서청원 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녹음 테이프는 한마디로 조작된 것"이라며 "김도술씨는 '자기음성도 아니고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민주당의 공작에 의해 이뤄졌음이 분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고사성어인 '육부출충(肉腐出蟲-고기가 썩으면 벌레가 날뛴다)'을 예로 들며 "김대업 허위폭로사건은 썩은 정권에 기생하는 무리들의 마지막 발악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김대업 게이트는 청와대의 후원으로 김대업 주연, 정치검찰 조연으로 꾸며진 조작극"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또 "김씨는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그 지시에 따르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면서 "정치권 외곽에서 중요활동을 하는 한 고위인사가 김씨와 일부 시민단체를 이은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당 '김대업 정치공작진상조사단'은 △ 김씨가 공개한 녹취록은 11일 복원된 것으로 지난 7월31일 당시 '녹취록이 있다'고 한 주장과 배치되고 △ 검찰 역시 김씨 혼자 수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 녹취록은 김씨의 질문은 없고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의 일방적 답변만 기재돼 있다면서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김대업씨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관련 녹취록 제출을 계기로 민주당이 다시 병역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13일 오전에만 이낙연 대변인을 비롯한 대변인단이 4건의 논평을 내놓고 "이제는 한인옥씨가 진실을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갑 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취록이 전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면서 "이회창씨 두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당시 베테랑 병무 브로커는 모두 다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병무비리수사 당시 군검합동수사단장이 김대업씨가 김도술씨를 조사했으며 자기가 진술한 것을 번복해서 부득불 녹음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면서 "김도술씨는 떳떳하다면 왜 미국으로 도망갔나"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은 병역비리당"이라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은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역비리의혹 진상조사위원장인 천용택 의원도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와 같은 기간에 102보충대에서 병역면제받은 19명 가운데 신장과 체중으로 면제를 받은 것은 정연씨 뿐"이라면서 "그는 1차 신검 55kg에서 2차에서는 45kg이 됐는데도 다른 사람과는 달리 진단서도 없이 바로 5급판정을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천 의원은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도 의문투성이"라며 "병적기록표에는 정연씨가 제2국민역으로 판정받은 것이 91년 2월11일로 돼 있는데 102보충대에서 5급판정을 받은 것은 하루 뒤인 2월12일이다.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병무비리 관련조사가 확대될 경우 한나라당이 검찰을 상대로 정치공세라고 공격할 우려가 있다며 김대업씨의 폭로를 바탕으로 병역비리 자체와 은폐대책회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서명수기자.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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