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중세질서 파괴 일본 근대화 초석 역할

입력 2002-08-09 14:09:00

'도쿠가와 이에야스'(전32권)로 유명한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오다 노부나가'(전7권, 솔 펴냄)가 나왔다.

한 치의 땅을 놓고 다투던 16세기 일본에서 낡은 중세적 권위와 통념을 파괴하고 일본 근세의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 '오다 노부나가'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저자 특유의 빠른 장면 전환과 단문 위주의 간결한 문체가 특징이다.

16세기 일본 센고쿠 시대의 다이묘(봉건 영주)들은 끝없는 싸움으로 자신의 영지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이 때 자신의 땅을 초월하여 천하를 평정하려던 오다 노부나가는 틀에 얽매여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닫고 중세적 질서를 철저하게 파괴하였다.

그는 근대적 군사조직을 확립하였다. 16세기 센고쿠 다이묘의 병농 일치 군사조직을 파괴하고 '용병'을 조직했다. 당시 농민들 또한 자기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해 전투의지가 강했지만 전쟁을 치르고 나면 그 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그래서 노부나가는 '전업 병사'를 창설해 이 점을 극복했다.

그리고 당시 '철포'는 총소리와 시커먼 연기 때문에 지휘자의 신호를 듣거나 볼 수 없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당시 무장들에게 '비굴한 무기'란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이런 위험을 알고도 총포를 실전의 주무기로 사용해 전투의 양상을 바꾸었다. 이런 점은 노부나가를 '전투의 천재'라 부르도록 만들었다.

전투 뿐 아니라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그는 혁신적 방법을 택했다. 노부나가는 성읍 상권의 독점권 폐지와 검문소 폐지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발상을 현실에 적용했다.

그 시대에는 귀족이나 사원, 신사의 보호로 특권을 인정받은 조직에 속해야만 상업이나 공업을 경영할 수 있었다. 노부나가가 그 조직을 폐지하려 하자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사원 세력과 교토의 귀족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그는 과감히 폐지한다.

그래서 누구나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자 급속하게 번창하였다. 또 검문소를 폐지해 전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쟁의 천재이면서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해 죽을 때 일본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배권을 확보해 놓았다.

또 그 후계자들이 통일정권을 위한 제도적 틀도 마련해놓았기 때문에 에도시대 개막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조직, 재정, 인사, 전략 전술상의 신기구를 일관성 있게 만들어, 현대의 중앙 집권형 일본을 만들어낸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오다 노부나가의 업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주변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늘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택하고 더 크게 세상을 볼 줄 알았던 역동적 삶의 발자취가 저자의 짧고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표현되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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