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은 그 발생지가 서구라는 점에 기인해 '식민지 학문'이라는 누명을 받아왔다.서구가 근대에 수많은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그 땅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학문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로 대변되듯 초창기 인류학이 갖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인 인종주의적 편견과 야만 대 문명이라는 이분적인 사고는 여러 지성들로부터 통렬한 비판을 받았고, 현대의 포스트모던 인류학은 점차 그 관심범위를 크게 넓혀가고 있다.
제리 무어의 '인류학의 거장들'(김우영 옮김, 한길사 펴냄)은 저명한 학자들을 통해 인류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인류학사(史)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근대 인류학 창시자로 '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린 인류학 교수인 에드워드 타일러를 비롯, 엥겔스에게 영향을 미쳤던 루이스 모건, 미국 인류학의 기초를 세운 프란츠 보아스 등 21명의 인류학 거장들의 저작들과 생애가 소개돼있다.
창시자들, 문화의 성격, 사회의 성격, 진화론 적응론 유물론, 구조 상징 의미 등 5개부로 나누어 각 학자들의 배경, 주요 저작과 이론을 설명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인류학의 관심이 단순한 인류의 발생이나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에서 첨단 정보화시대의 언어문제나 여성주의 시각에서 본 젠더(성) 문제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들의 다양한 시각도 포괄하고 있다.
나열식 역사서가 갖는 단점인 각 거장들에 대한 심층분석은 없지만 인류학에 관심을 둔 독자들을 위한 입문서로서는 적격인 셈이다.
즉 각 이론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인류학의 생성에서부터 발전과정 등 큰 줄거리는 모두 망라해 소개돼있어 '인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 질문은 충분히 만족시킨다.
또한 출판사인 한길사로서는 인류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으로 인류학 관련 서적을 시리즈로 발간하는 첫 도전이기도 하다. '금기'(최창호 지음),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앨런 바나드 지음), '인류학과 인류학자들'(애덤 쿠퍼) 등이 잇따라 출간될 예정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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