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추락하는 고추값…농심 '흉흉

입력 2002-08-09 14:24:00

마늘과 한우에 이어 경북 고추농들도 최근 가격폭락으로 대규모 농민시위를 준비하는 등 고추농심이 심상찮아 고추 주산지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일 의성에서 1만명의 전국 마늘농민들이 대정부 규탄대회를 가진데 이어 6일에는 전국 한우농민들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고추수확철인 이달말 쯤에 이어 10월쯤에는 영양과 청송·안동 등 경북 북부 고추 주산지 농민들도 대규모 농민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가격폭락=고추재배 농민들도 대규모 시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고추가격 폭락으로 생산비에도 못미쳐 고추파동의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 지난 4일 영양장날 고추시장에서 햇 건고추 가격은 상품기준 600g이 2천300원선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으로 폭락했다.

본격 출하기인 다음달 초쯤에는 2천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최소 생산비로 치는 600g당 2천원선이 무너지면 무더기 수확포기와 방치 및 밭뙤기 갈아엎기 등으로 고추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영양고추의 최대 생산지인 수비지역 농민들은 "타지역산 보다 600g당 1천원 정도 높게 받았던 영양고추 명성도 올해는 소용 없고 최소 생산비인 600g당 2천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수비농업경영인회 김석환(52)씨는 "이대로 가면 80년대 고추파동이 재현될 조짐"이라며 "마늘과 함께 중국산 고추 수입에 대한 농민불만이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현장(말했다.

영양 농민회 남현일(64·영양읍)씨도 "고추파동시 영양고추가 600g당 1천800원 정도로 거래됐던 기억이 있다"며 "올해도이렇게 가면 고추파동과 농민투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청송의 고추값 역시 하락세여서 지난달 29일 진보와 청송읍 시장의 말린 햇고추 소매가격은 600g에 2천400원으로 지난해동기(4천500원)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지난 5일에는 2천100원선에 머물렀다. 6일 현서장에는 1900원으로 하락했다.

또 청송고추 재배농가가 보유한 묵초(묵은 고추)의 경우 최근엔 가격이 600g당 1천∼1천200원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태원(45·청송읍)씨는 "지금까지 추석직전에 햇고추가 출하되면 시장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는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할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농협관계자는 "고추 풍년 속 기근이며 재배농민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특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양 역시 2천320여ha에서 5천500여t이 생산돼 지난해보다 12.3%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고추판매 소득은380여억원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200여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돼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안동과 의성지역 등 고추산지 상인들도 앞으로 고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8월 중순쯤부터 근당 2천원선 이하로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이럴까=이같은 가격폭락은 생산량 증가에다 농가보유 지난해 고추와 정부수매 비축량 재고 및 고추소비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게다가 MMA(최소시장접근) 물량으로 지난해 6천700여t, 올해도 7천350여t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보따리 상인과 기업들이현지에서 가공처리, 반입하는 양념장과 고추가루 등도 가격폭락에 한 몫하고 있다.

또 청송 경우 잎담배 재배농가들이 마땅한 대체작목을 못찾아 고추로 전환하면서 전국 고추면적이 2.6% 증가에 그친데반해 청송은 9% 이상이 늘어나고 풍작을 이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책을 세워라=영양군과 농협 등 지역기관과 단체들은 고추파동을 막고 농민보호 차원의 각종 대책안들을 내놓고 있다. 영양군은 우선 다음달에 개최할 계획인 '영양고추문화축제'의 축소를 검토 중이다. 고추가격 폭락으로 인한 농민정서를 감안해고추아가씨 선발 등 꼭 필요한 행사 2~3개 정도만 치른다는 계획이다.

농민단체들과 가격하락에 따른 공동대책을 마련하고 폭락가격 만회를 위한 '영양고추 품질고급화' 전략도 세우고 있다.산업유통과 안의균 특작담당은 "영양고추 명성을 살려 태양초 고추생산과 세척고추 포장화 사업 등으로 다른 지역산과 구별되는 고품질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은 세척기공급과 비가림 하우스 등 태양초 건조장 조성과 비닐하우스 재활용 등으로 지난해 20%에 그쳤던 태양초고추생산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규격포장화 사업으로 도시지역 백화점 등에 진출할 방침이다.

서울과 부산·마산·대구 등 대도시 백화점과 연계한 특·직판행사를 예년보다 배이상 늘리고 출향인과 농촌체험, 도시주부 모임을 활용한 직거래 판매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한다는 것.

농협들도 계약재배한 고추의 수매를 통해 가격지지와 농민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양 입암농협(조합장 이정택)은석보·입암지역 고추농들과 100만근(600t)수매계약 재배를 실시, 600g 상품 3천500원 중품 2천500원이던 수매금의계약조정을 통해 조합원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입암은 지난해에도 150만근 60억원 상당의 고추를 수매, 고추가루 공장에서 가공처리·판매하는 등 조합원보호에 나섰고 올해 가격이 계약 수매금보다 떨어지면 재조정 합의를 거쳐 농민에게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청송군 역시 9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역내 고추 선도농가 200여명을 초청, 고추 건조과정에 대한 교육을 하고 고추 판매망 확충을 위해 출향인 기업체와 대도시 아파트 단지 및 관내 농협을 통한 판촉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관광경제과 배연택과장은 "청송고추 품질의 우수성 홍보와 완숙고추 수확으로 선홍색 고추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을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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