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당나귀들이 다가오듯어두움이 왔다
갈참나무잎들은 끼리끼리 입맞추며
각자의 잠자리로 찾아들었다
지금 적막한 계곡에서
흐르는 물만이 소리 낮추지 못하는 건
물 밑 모래,
돌들의 안달 때문이다
제 자리에 서지도, 멀리 가지도 못하는
조바심 탓이다
검은 당나귀들이 지나가듯
밤이 깊어지고,
당나귀들이 뿜어내는 지린내처럼
질펀한 밤이
안달하는 것들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김세웅 '야영'
계곡에서 야영을 할 때 밤이 깊어지면 물소리만 계곡 가득히 들린다. 그런데 그 물소리가 물 밑 모래, 돌들의 안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예민한 감각은 그것을 눈치채고 있다. 특히 제 자리에 서지도, 멀리 가지도 못하는 조바심 탓이다는 구절에 이르면 어느새 안달하는 주체가 모래나 돌이 아닌 인간으로 전환되는 정서의 극적 전환을 맛보게 된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의 자기 성찰의 공간도 생긴다. 이게 바로 시의 힘이다.
김용락〈시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