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지역의 낙동강에서 옛 문인묵객들이 오랜 세월 시정을 펼쳐왔던 낙강시회(洛江詩會)가 재현됐다. 문협 경북도지회는 지난 3일 상주 경천대 무우정에서 '제1회 낙강시제(洛江詩祭)'를 열고 백일장과 문학강연·문학현장 답사 등을 가지며 자연과 더불은 선인들의 풍류와 호방한 문학정신을 되새겼다.
낙강시회는 낙동강 선상에서 열린 백일장으로 1196년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의 시회에서 1862년 계당(溪堂) 류주목(柳疇睦)의 시회에 이르기까지 약 700년 동안 51회나 개최됐던 유서깊은 시회를 말한다.이규보·안축·김종직·유호인·김일손·이황·류주목·조익·이준·전식 등 당시 조선을 대표했던 참가 문인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낙동강에서 열린 이 시회의 품격을 알만하다.
또 역대 시회에서 나온 상당수 작품들이 기록된 한시첩 임술범월록(壬戌泛月錄)이 상주 도남서원에 보관돼 있다. 일명 낙강범월시(洛江泛月詩)로도 불리는 이 한시첩은 도남서원이 간직한 상주 선비들의 공동시집으로 중국 소동파의 적벽유(赤壁遊)를 재현한 1622년(광해군 14년)에 개최된 임술낙강범월시회가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시회별 작품들을 한 책자에 정서한 것은 1771년(영조 47년). 한시와 부(賦)·서발문 등 171년간 8회에 걸쳐 열린 시회의 작품 130여수(편)를 수록한 것이다. 개최일은 거의가 음력 7월 16일이었고, 참석자는 통상 10여인 남짓했다.
경북지역 19개 문협지부 회원과 각 지역 대학생 및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1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백일장에서는 김천의 이진애씨와 상주의 황인숙씨가 각각 시와 산문부문 장원을 차지했으며, 참가자들이 도남서원과 경천대·매호리 낙동강변 문학현장을 답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낙강시회의 문학사적 고찰'에 대한 강연을 한 상주대 권태을 교수는 "한 강을 시적 공간으로 하여 같은 제재로 171년 간이나대를 이어가며 공동시집을 제작한 것은 한국 강상시회(江上詩會)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박찬선 문협 경북도지회장(상주고)은 "상주의 선비로 경천대를 시적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은 이가 거의 없었다"며 "선조들의 학문과 문학적 정취가 살아 숨쉬는 상주 낙강시회의 현대적 계승이 이번 낙강시제의 취지"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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