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 독일행 급증

입력 2002-08-05 15:12:00

아랍권의 테러 위협과 심각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들어 독일 여권을 신청하는 이스라엘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5일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평소 한 달에 약 100건이던 이스라엘인들의 독일 여권 신청이 올해 초부터 월 250건으로 늘어 1965년 이스라엘 주재 독일대사관이 문을 연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약 6만명의 여권 소지자 가운데 독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텔아비브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투트)에는 독일어를 배우는 이스라엘인이 크게 늘었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있음에도 독일 여권 신청자가 급증하는 것은 "테러와 경제위기에서 탈출해 더 편한 삶을 누리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슈피겔은 밝혔다.

슈피겔은 "독일 여권 신청자는 남녀노소에 차이가 없다"면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스웨덴으로 피신했다가 1949년부터 이스라엘에 정착해 살던 마리안네 카르몬(81) 할머니도 폭탄테러가 두려워 독일에 이주하기 위해 40년 만에 독일 여권을 신청했다"고 소개했다. 카르몬 할머니는 그러나 "이스라엘보다 독일에 친구가 더 많지만 40년 전처럼 내가 독일인이라고 느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헌법은 "나치의 박해를 받아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과 그 후손들은 독일 시민권을 다시 얻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권 다음의 '제2의 여권'으로 독일 여권을 가진 이스라엘인은 현재 약 6만 명정도인 것으로 독일 외무부는 추계하고 있다.

유럽 통합으로 독일 여권은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으로 언제든지 여행 또는 이주할 수 있는 수단이다.

텔아비브에서 독일 여권 신청작업을 대행해주는 단 아산 변호사는 "독일 여권은 이스라엘 내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말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메나헴 베긴 전 총리가 "모든 독일인은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등 이스라엘인들에게 독일은 오랫 동안 증오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독일 여권이 '금기'가 아니라 '희망의 땅을 향한 비상구'가 된 것이다.

유대인 역사학자 모세 침머만은 "이스라엘 정부가 더이상 보호해주지 못하면 대안을 찾아야 하며 유럽으로 열린 문인 독일 여권 소지에 대한 심리적 장애가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정리=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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