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미술(또는 예술)이 과연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다.
나 또한 미술을 하면서 교육 현장에 있다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반대로 회의를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미술이 갖는 창조적 진실성에 대한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기쁨일 것이고, 후자에는 미술이 갖는 어떤 사회적 역할과 항상 막연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회의 때문일 것이다.
미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하는 과정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끔 하는 그 과정의 결과물이다. 누가 '미술은 밀림을 지배하던 거대한 코끼리가 죽음을 맞이할 때 처럼 초연하고도 신비감을 주면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코끼리의 죽음은 동물학자나 '상아'에 탐을 내는 사람들 이외엔 아무도 관심 있어 하지 않는다.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있어 하고 신비해하는 것이 미술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지만 여러 시대를 거쳐 현대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없는 사회의 존재나, 사회적 의미가 없는 예술의 존재란 생각 할 수 없다. 그 감정이 예술에 의해 발전된 사회만이 사상에 접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인간 본질 그 자체이고, 그것은 인간의 경험과 열망을 구현한다. 또한 그것은 발견일 뿐만 아니라 탐구이고 임무는 인간의 삶을 열정적이고도 강렬하게 하며 즐겁게 한다.
만약 미술과 음악이 인간에게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이며, 과연 현재와 같은 인간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예술 작품은 인간 경험의 연대기와 축도(縮圖)와 같은 시대적 증언이며, 우리의 상황에 대한 합당한 분석이다.
예술가들은 먹고 노는 백수(?)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닌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美)의 새로운 형식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전파시키는 중차대한 임무를 갖고 있다.
상상력과 사고의 세계, 객관적 현실과 감각적 세계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하는 쓸데없는(?) 자부심을 한번 가져본다.
박종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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