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 더위와 열대야가 맹위를 떨치는 성하의 계절. 휴가를 떠난 피서객이나 사무실 또는 집안에서 부채질을 해대는 사람이나 더위를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손에 잡히는 대로 소설이나 한 권 읽다보면 소설 특유의 스토리 전개에 취하고 반해서 부지불식간 더위를 잊을 수 있을 법도 하다.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2000년)을 수상한 김도연의 첫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문학동네)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인다. '검은 눈'.'기차는 사북을 지나간다' 등 다수의 작품이 폭설로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납량효과까지 갖췄다.
시골총각과 노총각.소설가로 대표되는 주인공이 갇힌 공간에서 겪는 일들이 현재와 과거.미래를 오가며 읽는 사람을 하여금 꿈인지 현실이지 환상인지 구별이 안될 만큼 몽환적인 세계로 이끈다.
제목부터 시원한 느낌을 주는 중견작가 한승원의 '물보라'(문이당)는 섬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깊이있는 아름다움과 철학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생생한 갯가의 풍광과 남도의 사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작품은 '연도'라는 작은 섬을 동심과 자연이 살아 넘치는 공간이자 신비로운 주술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교통하는 신화적인 공간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5년간 재직했고 5년전 타계한 작가 김소진의 흩어진 흔적들을 한데 모은 6권의 전집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
작가의 습작기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다양한 글들이 독자들에게 인생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게 응시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전집은 〈1〉장석조네 사람들(장편) 〈2〉열린 사회와 그 적들(중단편) 〈3〉자전거 도둑(중단편) 〈4〉신풍근배커리 약사(중단편) 〈5〉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짧은 소설) 〈6〉그리운 동방(산문) 등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소환장'(북@북스)은 탐욕과 증오, 사랑과 법률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과 충격적인 반전, 현실적인 캐릭터, 창조적 스타일의 문체와 탄탄한 구성 등 작가 특유의 강한 흡인력이 돋보인다.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장편 '캠퍼스'(민음사)는 제목에서 짐작이 가듯 지적인 오락소설이다. 대학을 배경으로 벌어진 교수와 여대생의 스캔들을 중심으로 온갖 복마전이 난무하는 학계의 양상을 노골적인 조소와 풍자를 통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 보이며 여름 무더위를 식혀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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