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총리 임명 동의안이 31일 부결됨에 따라 정국이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격돌은 물론, 정계개편과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정국의 지각변동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청와대는 이번 사태로 임기말 누수현상을 실감케 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믿었던 민주당의 '반란'을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더이상 청와대가 민주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놀라움과 당혹감에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국정공백과 혼란은 물론, 중립내각을 표방한 7.11 개각의 명분도 희석돼 이중고를 안게 됐다. 또다시 후임 내정자를 물색해야 하는 절차상 문제를 떠나 국회
인준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통치력이 다시 한번 훼손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결과를 마냥 뒷짐지고 지켜볼 처지가 아니다.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약화를 수수방관할 경우 제1당으로서 국정공백 책임을 질타하는 여론의
화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구도 변화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의 '탈DJ' 움직임에 탄력이 붙어 신당창당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정계개편을 극도로 경계해 온 한나라당으로선 온 몸으로 신당바람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유리하게 전개된 '비리정국' 구도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신당창당을 통한 활로모색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임명안 부결을 청와대와의 '사실상 단절'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심각한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신당 창당 문제로 각 계파간 알력과 갈등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30여명의 의원이 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이상, 당내 세력간 갈등과 경쟁관계가 격화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동의안 찬성을 유도한 한화갑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구심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할 경우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임명 동의안의 부결이 장상씨의 도덕적 결함 때문이란 점에서 이회창 후보를 향해 "더 심각한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정쟁이 격화되고 자연 정국도 경색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