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불여일견(白聞而不如一見)이란 말을 지난 여행에서 실감했다. 매체가 발달된 요즘 집에 앉아 리모콘만 작동하면 드라마면 드라마, 축구면 축구, 종교면 종교 등 다양한 방송을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고 보통사람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열대지방이나 극지는 물론 로마나 런던, 파리 등 세계 곳곳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데 구태여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여행을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지금까지 내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 타기를 달가워하지 않고, 또한 지병인 요통으로 유럽까지의 긴 비행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지, 체인스모커이면서 흡연의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도 자신이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동료들은 시차적응이 안돼 많은 고생을 했다는데, 나 역시 이런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고, 나처럼 나이들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는 사람보다 대구시민을 위해 봉사할 기간이 휠씬 긴 젊은 직원을 보내는 것이 대구시를 위해 오히려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겹쳐 머리속이 혼란했다.
그러나 일단 부딪혀보기로 작성했다. 왜냐하면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처음 '푸른 대구 가꾸기'를 제안하면서 도심공원은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이, 가로조경은 '파리'와 같이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를 포함한 90여 대구시 녹지공무원들 중 누구도 두 곳을 가본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런던 하이드파크가 어떻게 생겼으며, 파리의 조경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공무원의 해외 출장은 여비 문제로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워 속앓이만 하다가 뒤늦게 일이 성사되었다. 그때가 바로 지난해 7월 13일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둔 그날 나는 파리의 개선문 앞에 서서 콩코드광장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명소 파리의 상젤리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길이 곧아 한 눈에 들어오는 왕복8차선 도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가로수,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윗 부분은 평면, 측면은 수직으로 반듯하게 전정한 특이한 모습, 넓은 인도를 마음껏 활보하는 파리지엔(Parisienne)들, 크지 않지만 세련된 간판, 잘 사는 나라답지 않게 많은 소형차 물결 등은 TV 에서 보던 파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도에는 얼기설치 선을 드리운 전주가 없어 미관상 보기 좋을 뿐 아니라, 가로수가 마음대로 자라 무성한 잎을 시원스레 달고 있었다. 또 교통신호등을 길 한 가운데 설치해 가로수로 가려지는 일이 없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없으며, 도로표지판 또한 가로수 아래 인도 한 귀퉁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 운전자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해 놓았다.
도시의 허파라할 수 있는 가로수를 마음껏 키우도록 한 것이 우리 대구와는 일백팔십도 달라 참 잘 와서 구경했으며, 앞으로 시정에 반영해 대구를 더 멋진 도시로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그러나 그 유명한 파리의 상젤리제의 가로수는 플라타너스 단일 수종으로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그에 비해, 우리 대구의 파티마병원 앞에서 두산오거리까지의 동대구로는 가로수뿐만 아니라 도로 가운데 분리대를 만들고 개나리, 영산홍, 배롱나무, 가시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더 운치가 있고,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도록 하였으니 조경으로만 단순 비교한다면 대구 동대구로가 오히려 파리 상젤리제 보다 낫다는 생각도 가졌다.
유럽문화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라고 해서 다 좋은 것만 아니며, 우리 가난한 나라의 지방도시 대구라고 해서 모든게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 온대로 나무를 심고 보살피는 푸른대구가꾸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적어도 10년, 또는 그 안에 우리 대구가 세계적인 도시 파리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 큰 희망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다만 고도 파리의 상젤리제거리는 이미 얻은 유명세(?)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반면 우리 동대구로는 아름다운 경관에 걸맞지 않게 한가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이정웅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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