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여성 총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연이틀째 열렸다. 가부간에 국회의원들은 내일까지 장상 여사가 과연 탁월한 총리감이냐 아니면 그저 그렇고 그런 박사아줌마냐를 분별해내야 한다.
옛 선조들은 인물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기준을 내세웠다. 풍채(身)와 말하는 언변(言)과 글씨와 학문(書)을 보고 인물을 평가하는 '신언서판'의 기준으로 본다면 장상 후보는 일단 듬직한 체구에다 맏며느리 같은 미소띤 얼굴로 신(身) 부분은 통과될 법하다.
글과 학문 역시 출신대학원은 헷갈리게 했지만 명색 박사란 걸 땄고 대학총장까지 지냈으니 서(書) 부분도 통과될 만하다.
헌데 문제는 언(言)이다. 입심좋은 국회의원들만 골라 뽑은 청문특위에서 송곳같은 질문에 꼬박꼬박 대응해냈으니 언변은 고만고만하다 치자. 그러나 응답한 말의 내용을 두고 살피면 과연 총리감일까 의심 살 만한 요소가 세가지가 있다.
우선 청문회에서 검증하고자 했던 공인(公人)과 총리로서의 자질과 덕목의 항목은 꽤나 여러개였다. 국가관과 안보의식, 가치관과 철학, 도덕성, 리더십…. 국가관과 안보의식은 서해교전 문제를 국민여론에 맞게 대답하고, 군복무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정도로 말만 하면 저절로 합격될 일이다.
이중국적이 문제되면 미국국적을 포기하겠다거나 땅을 사도 투기가 아닌 사회복지시설 하려고 했다고 대답하면 도덕성에서도 합격될 수 있다. 말만 잘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정한 자질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청문회에서의 교과서적인 준비된 답변보다 답변뒤에 묻혀있는 인간 장상씨의 의식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장 후보는 여성총리 후보라는 정치적 공인이기 이전에 먼저 아들을 사랑해야 할 어머니요, 시어머니를 공경해야 할 며느리이며, 존경받는 리더십을 지닌 직장의 상사여야 했다.
그런데 장상 후보는 7개월짜리 총리직 인준을 받기 위해 어떻게 답변했던가. 어머니로서.며느리로서 직장 상사로서의 세가지 모습에서 보여준 덕목을 짚어보자.
첫째,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에서 과연 어머니 다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솔직히 미국국적을 택했을 때는 어머니로서 자식의 장래를 위해 잘사는 큰나라 미국을 선택했을 것이다. 인간적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면 자식 잘되기 바라며 사는 세상부모들로부터 최소한의 공감은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총리직을 위해 어렵게 얻은 미국적을 포기하겠다는 자식의 선택을 못이기는척 받아들이는 것으로 피해갔다.사랑 있는 어머니라면 '내가 총리 못해도 좋으니 너는 이왕 희망있는 장래를 위해 선택한 미국국적을 그대로 지녀라'고 하지 않았을까.
자식에게 원치않는 불이익을 넘겨주고 그 대가로 정치적 영예를 안는 어머니가 있다면 정치란 정말 슬픈 것이다.
둘째, 위장전입 의혹 질문에 대해 '시어머니가 하신 일이라 나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서 과연 며느리 다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공경해야 할 시어머니에게 위장전입 불법행위의 의혹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불경한 답변을 한 며느리가 있다면 인간적 덕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셋째, 출신대학원의 교명 오기(誤記) 논란에 대해서는 '담당직원 비서의 번역실수탓'으로 해명했다. 부하를 번역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로 만들고 자신은 빠지는 상사가 있다면 과연 존경받는 직장상사의 덕목을 갖춘 리더라 해야 할까.
세가지 가장 기초적인 인간적 덕목들을 놓고 장 후보를 본다면 신언서판의 평가로는 언(言)은 불완전하고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이라는 또다른 공인(公人)의 평가 잣대로 본다면 어머니와 상사로서는 수신이 부족해 보이고 며느리로서는 제가에서 부족해 보였다.
그런 아쉬움 가운데 여운처럼 의문 하나가 남는다. 왜 부패정권으로 비난받는 민심 잃은 정권 밑에서 구차하게 가족과 부하까지 들먹여가며 벼슬길을 취해야 하는지, 단명총리보다는 차라리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시어머니를 공경하는 며느리, 부하의 존경을 받는 상사로 남겠다며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오는 용기는 왜 못보이는 것일까. 도대체 총리 벼슬이 뭐길래….내일 인준쪽이 되든 낙마쪽이 되든 나라와 장상 후보 다 잘되기를 바란다.
김정길 본사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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