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문화-(5)양동마을 독락당

입력 2002-07-29 14:05:00

월성 손씨 대종가 서백당(西百堂, 회재의 외숙인 손중돈 고택)에 대응하여 회재 이언적 선생이 지은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 향단(보물 412호, 7월22일 소개)과 함께 독락당도 회재가 지은 집이지만, 집의 생김이 향단과 천양지차다.

회재가 지어 동생에게 물려주었다고 전해지는 향단이 구릉지라는 대지조건을 극대화하여 집약된 내부공간을 펼친데 반해, 독락당은 평지에 자리하면서주변의 풍광을 건축의 요소로서 융합해 건축주의 의지가 잘 반영됐다.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의 독락원(獨樂園)과 같이 회재선생 역시 자계(紫溪)골짜기에 은거하면서 '홀로 즐겁다'는 '독락당'이라 이름 붙였다. 이러한 의지에서 기인한 듯 선생이 직접 경영한 사랑채인 독락당과 계정(溪亭)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남향을 선택하기 보다 자계를 바라보면서 자연과 대면하고 동화되는 동향으로 공간을 열었다.

독락당내 정자인 계정(溪亭)은 보기 드물게 관입성(觀入性)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관입성은 가옥 밖의 자연풍광을 집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것을 뜻한다.

보통의 우리 전통 가옥의 정자가 한쪽 방향을 보고 있다면, 계정은 마루의 앞 뒤 벽이 없어 계정자체의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대신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로써 기능한다. 계정을 중심으로 개울과 집을 놓고 볼때 집의 안과 밖이 없고, 앞과 뒤가 없다.

독락당은 자계 건너편에서 볼 때는 암벽 위에 건립되어 당당한 중층형 정자로서의 위용은 갖추고 있으나, 폐쇄적이지 않고내측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매우 적극적으로 공간을 개방한 아름다운 가옥이다.

한옥 특유의 관입성은 독락당의 동편 담장에 설치된 '살창'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는 자유분방한 전통한옥 양식에서도 드물게 발견되는 예. 토담의 창을 통해 개울의 정취와 바람이 안채까지 통한다.

우리나라에서 인위적인 정원축조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려한 경관이 집안으로 통하니 따로 정원을 만들 필요가없었던 탓이다. 좋은 터를 중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정의 난간은 우리 옛 정자의 전형으로 모양새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실용성이 기막히다. 정자 마루에 앉으면 계자난간에손을 올리기 딱 좋은 높이다. 계자난간에 걸터 앉으면 상층난간에 손을 얹기에 자연스럽다. 난간은 안쪽으로 유려한 곡선이 져 있어엉덩이를 걸쳐도 편안하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전통가옥구조에선 틀린 말이다. 남자들이 기거하는 사랑채는 안채보다 낮다(같은 높이라면 안채에서 비켜서 있다). 이는 사회적인 신분을 따지기 전에 집안에 거주하는 이의 편리성을 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안채가 높아야채광이 집안 마당까지 비치고, 집앞이 훤하게 뚫려 확 트인 조망이 확보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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