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최병두 대구대 교수 사회교육학부-모든 선거가 '대선 전초전'?

입력 2002-07-26 00:00:00

올해는 선거가 연이어 찾아오고 있지만, 시민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치른지 한달 여만에, 8월8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재·보선이지만 수도권과 영·호남에 걸쳐 13개 선거구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도 정국을 들끓게 하는 것은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각 정당들이 지난 지방선거나 8월 재·보선을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대선을 위해 중앙당의 차원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들도 덩달아 '대선 전초전', '대선 교두보', '이-노 대리전'등의 제목 아래 지역 선거라는 사실을 잊어버린채 대선에 모든 것을 귀속시키고 있다. 지방정치가 중앙의 '하청'정치로 전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와 재·보선은 지역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해당 지역과는 무관하게 중앙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후보들의 공약에서 지방정책은 완전 실종된 채 각 정당의 대선 공약이 봇물을 이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에 대해 무관심과 혐오감이 초래되고, 선거 의식과 행태가 심각하게 왜곡되게 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처럼, 유권자의 절반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게 되고, 참여한 경우에도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선택 아닌 선택이 강요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현대 사회의 정치구조적 한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즉 대의정치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정치권력은 더 이상 국민들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의 장악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불법과 타락이 난무하는 것은 상당부분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유권자들은 구조적 제약에 의해 참된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가? 현대 사회에서 선거란 단순히 강제된 선택에 불과한가?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위해, 우리는 선거를 식당 메뉴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음식을 주문하고 가격을 지불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임의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선택은 식당 메뉴에 제시된 것들에 한정된다. 따라서, 그 자율성이란 매우 상대적이다. 식당 주인의 횡포로 음식의 가지 수가 줄어든다면, 선택 폭은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지난 지방선거의 결과는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굶거나 또는 주어진 메뉴에 따라 편식을 한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대구시장도 한나라당이고, 각 구청장들도 모두 한나라당이고, 시의회 27명의 의원들도 비례대표로 들어온 미래연합의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이다. 얼마나 맛난 음식의 편식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해서 지역 민주주의와 지역발전이 이루어지겠는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 가운데 하나는 식당 주인에게 음식의 가지 수를 크게 늘려서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보다 참신한 음식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남 만약 식당 주인이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스스로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지역에서는 '613시민연대'가 이러한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주어진 메뉴에서 선택할 음식이 없다고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한 지난 2000년 총선연대에서 주어진 메뉴의 음식들 가운데 상당수가 부패했으니 보다 참신한 음식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스스로 시민후보를 내고, 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었다.

비록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지만, 중요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의의를 시민들이 이해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지지와 동참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하청화된 지역선거가 아니라 진정한 지방자치와 민주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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