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미국-(4)미국의 청학동 아미쉬 메너나이트

입력 2002-07-26 00:00:00

미국에는 많은 인종에 걸맞게 다양한 종교가 있다. 이 중 미국 중동부 지역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남부 독일과 스위스에서 넘어와 정착한 아미쉬와 메너나이트. 이들은 마을 인근에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도 주거양식이나 생활방식, 교육 등 모든 면에서 통상 미국인들과는 다르게 살기 때문에 많은 신비감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잘못 건드리면 안되는 특수 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비슷한 지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도 가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생활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특이하기는 했지만 거부감을 주지는 않았다.문명의 이기를 대체로 거부하며 통일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 거주지를 몇차례 방문하면서 적대감만 표시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타인을 수용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미쉬와 메너나이트는 비슷한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 이들의 모태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재침례교도'로 이름붙여진 박해받는 급진 기독교 집단이다.

모두 성경을 신봉하며 초기 기독교 원칙에 집착하려하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국인들은 근처에 아미쉬나 메너나이트가 살고 있어도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구분을 못할 정도로 이들 집단의 외양이나 생활은 비슷하다.

다만 메너나이트가 아미쉬에 비해 좀 더 개방적이라고 이해하는 정도다.메너나이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카톨릭 사제였던 메너 사이먼이 흩어져 있던 재침례교도들을 모으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아미쉬는 17세기 메너나이트를 믿던 야곱 아먼이란 사람의 별명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독일어를 영어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실제 자기들만의 생활에서는 독일어를 쓴다. 남부독일과 스위스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나름대로 독특한 생활방식을 고수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기가 없다는 점. 난방은 석탄을 난로에 지펴 사용하며 불은 우리 선조들이 흔히 했던 호롱볼이나 촛불을 사용한다.

다만 공중전화가 마을에 한두대 정도 설치돼 있어 긴급 연락 수단으로 이용되며 젖소의 젖을 짜기 위해 제너레이터를 이용한 자가 발전을 하는 가정들은 있다. 교육은 그들만의 학교를 이용한다.자동차도 없다. 이들의 이동수단은 마차. 미국에선 '버기'라고 하는 마차를 타고 나들이를 한다. 물론 멀리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자가용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젊은이나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애용한다. 밭을 갈 때도 여러마리의 말이나 당나귀가 끄는 쟁기를 이용한다. 이곳에서 쓸만한 말(成馬) 한필 가격은 2천에서 2천100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220만~240만원 내외이다.

마차 바퀴는 물론이고 농기계의 바퀴도 그냥 쇠로 돼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스티븐 피셔(27)라는 락 헤이븐 근교 아미쉬교도는 "성경에 고무를 사용하라고 명기 안돼 있기 때문"이란다. 냉장고가 없으므로 고기를 저장하는 수단은 스모크 하우스라는 특별 가공시설을 이용한다. 고기를 도살해 이곳에서 부패되지 않게 연기에 그을린 뒤 그늘에 보관한다.

필요한 물건은 거의 자급자족을 하고 피치 못할 경우에만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주로 농사나 목축업을 하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풍부한 편. 우리의 5일장, 7일장에 해당하는 '프리마켓'이라는 비상설정기시장에 상품을 주로 내다 판다. 이들이 파는 농산물은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잘 팔린다.

결혼은 같은 교인들끼리 하는데 가장 큰 고민은 배우자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또 같은 혈통끼리 결혼을 고집하다보니 통상적인 서구인들에 비해 체격이 작아 마치 동양인 같은 체형이다. 근친혼이 이어져 온 관계로 열성유전이 심화되는 것도 이들의 고민.복장은 여자들의 경우 머리에 흰색 또는 하늘색 스카프를 쓰며 옷도 통일되게 입는다.

남자들은 밀짚모자를 쓴다. 집 안에서는 벗는 경우도 있지만 밖에서는 반드시 쓰야 한다. 사진을 함부로 찍는 것은 금물.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일단 물어보면 대체로 허락하는 편. 남자는 거의 검은색 바지를 입으며 여자는 녹색.검은색 계통의 옷을 주로 입는다.

아미쉬나 메너나이트들은 이방인들에게 차와 음식을 진심으로 권하는 모습이 우리의 손님맞이 문화와 닮아 보였다. 계획돼 있지 않은 손님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일반적인 미국 가정과는 완전히 달랐다.하지만 이제는 많이 변해 가고 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차를 타는 사람들도 생기고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열의도 높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전통을 고집해도 신세대들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시대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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